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년 중견기업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2024.5.21. 뉴스1
지난달 학업, 질병 등 특별한 이유 없이 일하지도, 일자리를 찾지도 않고 ‘그냥 쉬었다’는 2030 청년이 67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그냥 쉬었다는 20, 30대가 전체 청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2%까지 뛰었다. 구직을 시도했지만 임금 수준 등 조건이 맞지 않아 아예 구직을 단념한 청년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도 우려스럽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지나고 고용이 점차 회복되고 있지만 청년 고용만큼은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청년 일자리의 질이 악화한 탓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그냥 쉬었다’는 청년 10명 중 3명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기준으로 1년 이상 일하는 2030 청년 상용직 근로자는 전년 대비 10만 명 넘게 줄었다.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양질의 일자리에 취업할 가능성은 작아지고 향후 기대 소득도 줄게 된다.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청년재단이 청년 고립의 사회적 비용을 추계했더니,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복지 지출 등을 합해 연간 7조5000억 원에 달했다. 실업이 길어지면 상당수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아예 퇴장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는 앞으로 한국 경제에 두고두고 큰 짐이 될 것이다.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고, 일자리의 유연성을 높이는 등의 노동개혁을 서두르지 않고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노동개혁을 말잔치로 끝낼 생각이 아니라면 정부가 앞장서 다양한 노동개혁 이슈를 주도하고 경사노위를 활성화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