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에서 연간 이자가 2%대로 내려앉은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미리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금리 부담이 줄면서 올해 초까지 안정세를 보이던 대출은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자 부담이 줄어든 대출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면서 다시 거품이 낄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혼합형(5년 고정금리+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2.9∼5.4%다. 최저 금리가 지난달 초보다 0.54% 내려 3년 전 수준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3.5%보다 낮다. 하반기 중 기준금리 하락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에 은행의 조달금리가 떨어진 영향이다. 문제는 대출 부담 감소로 부동산·주식 시장에서 차입 투자 열풍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7조6000억 원으로 이달 들어 20일간 4조4000억 원 증가했다. 6월 전체로 보면 5조2000억 원 증가한 5월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을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5% 내로 묶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는데, 5대 은행 대출은 상반기가 끝나기도 전에 2.2%나 늘었다.
가계부채는 국내외 분석기관이 공통적으로 꼽는 한국 경제 최대의 뇌관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저리의 정책금융 상품 판매를 금융회사에 압박해 왔다. 지난달 은행권에서 늘어난 주택담보대출 중 정책금융 비중이 67%나 된다. 한쪽에선 대출 총량을 억제하고, 다른 쪽에선 정부의 정책대출을 독려하는 엇박자 정책으로는 ‘부동산 광풍’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