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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 활용 ‘동상이몽’

입력 | 2024-06-24 03:00:00

[폐교 쓰나미, 살길 찾는 학교들]
주민-지자체 “문화-복지시설을”
교육청선 “교육시설 우선” 맞서




학령인구가 줄고 문을 닫는 학교가 속출하면서 폐교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교육청 간 의견이 대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자체 가운데는 지역 활성화 차원에서 폐교 부지에 문화시설 등을 지으려는 경우가 많다. 인근 주민도 직접 이용할 수 있는 복지시설이나 문화시설을 선호하는 편이다. 반면 교육청은 학교 부지였던 만큼 교육용 시설 조성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 내 입지 조건이 좋은 폐교의 경우 이해관계자들이 눈독을 들이며 자신들을 위해 써 달라면서 교육청을 압박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도권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 행사 자리에 지역 노인회에서 와 ‘폐교 부지에 노인 복지 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하는가 하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민들이 ‘반려동물 시설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폐교의 소유주는 교육청이지만 교육청 마음대로 활용할 수도 없다. 학교 중에는 부지 등을 주민들이 기부채납한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폐교 부지 활용을 위한 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현행법상 폐교는 교육용 시설, 사회복지 시설, 문화 시설, 공공 체육 시설, 귀농·귀촌 지원 시설로만 매각 또는 임대할 수 있다. 활용도가 제한적이다 보니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아이디어가 있어도 현실화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다.

사업을 위해 지자체 및 교육청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허가를 받을 때 ‘10년간 매입 목적대로만 활용한다’는 내용의 ‘특약 등기’를 체결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두고 갈수록 폐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