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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플에 둥지 튼 ‘저스트비 홍대선원’… “명상은 산속보다 사는 곳에서 해야”

입력 | 2024-06-24 03:00:00

美서 고교-대학 마친 준한 스님 운영
작년 한해 40개국 6000여명 다녀가
“종교적 색채 빼고 위로와 재미 채워”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준한 스님(오른쪽)과 홍대선원 자원봉사자, 투숙객들. 준한 스님은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기에 이곳을 찾는 누구나 삶의 힘을 얻어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젊은이들로 북적이는 ‘핫 플레이스’에서 명상이 되냐고요? 그런 곳에서도 잘되는 게 진짜 명상이죠.”

17일 서울 서대문구 ‘저스트비(Just Be) 홍대선원’에서 만난 주지 준한 스님(46)은 왜 대한민국에서 가장 번잡한 곳에 선원(禪院)을 차렸느냐는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2022년 10월 문을 연 홍대선원은 선원과 템플스테이, 게스트하우스를 접목한 곳으로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불과 300여 m 떨어져 있다. 지하 1층∼지상 5층인 건물은 공양간, 로비 겸 차를 마시는 ‘티 테이블’, 객실과 사무실, 명상·요가 등을 하는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공양간에서는 매일 아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채식 음식이 제공된다. 세계 각국 젊은이들이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티 테이블’은 공짜. 품질과 종류가 웬만한 전문 티 하우스 못지않은데, 홍대선원을 응원하는 전국 사찰과 스님들이 무료로 차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지난해에만 40여 개국 6000여 명에 이른다. 준한 스님은 “대부분 삶의 의미와 자아를 찾는 20, 30대 젊은이들”이라며 “자원봉사자 50여 명 중 상당수가 이렇게 다녀간 게 인연이 된 외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구글에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영리단체로 인정해 검색창 상단에 올려주는 지원도 받고 있다.

준한 스님은 홍대 앞에 자리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명상의 궁극적 목표는 명상하지 않고 있을 때도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고 편하게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삶의 대부분이 일상생활, 도시에서 이뤄지는데 멀리 떨어진 산속에서만 명상이 제대로 된다면 곤란하지 않으냐”고 했다.

선원이다 보니 건물 안에 법당이 있지만 종교 행위보다는 주로 좌선, 소리 명상, 춤 명상, 다도, 선 태극권, 요가 등 각종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장소로 쓰인다. 각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선생님 섭외도 장소 덕을 톡톡히 봤다. 준한 스님은 “동네가 워낙 ‘핫 플레이스’이다 보니 자기 분야에서 독특한 내공을 가진 숨은 고수들을 많이 알게 됐다”며 “춤 명상이라는 독특한 명상도 그런 인연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어떻게 하면 현대인들의 굳은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한 댄서가 춤 명상을 제안한 것. 일종의 현대무용 같은 동작을 따라 하는 것인데, 마음이 굳으면 몸이 딱딱해지는 것처럼 역으로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마음을 푸는 원리라고 한다.

‘모태 불자’였던 그는 중학교를 마치고 미국으로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전공은 건축학과 경영학. 졸업 후에는 명상센터와 한국의 사찰음식 등 각 나라의 채식 요리를 접목한 창업을 할 계획이었는데, 재학 중 큰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출가하게 됐다고 한다.

“출가 후에는 당연히 수행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2020년경 보림(保任·깨달은 후 더욱 갈고닦는 불교 수행법) 1000일 기도를 얼마 안 남기고 한 불자를 만났지요. 홍대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는데 운영이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인연이다 싶어 바로 임대차 계약을 했지요.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는 “종교적 색채는 최대한 빼고 재미와 위로가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그런 점이 청년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 같다”며 “모든 병은 마음에서 비롯되기에 이곳을 찾는 누구나 삶의 힘을 얻어 갈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