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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BM 3등’ 美 마이크론 생산기지 확충… SK-삼성 “추격 막아라” 공급 확대 박차

입력 | 2024-06-24 03:00:00

마이크론, 말레이-대만 증설 검토
“시장점유율 내년 25%까지 올릴것”
삼성, 올해 공급량 3배 늘리고
SK는 청주공장 내년말 본격 가동





글로벌 3위 메모리 업체인 미국 마이크론이 미국, 대만, 일본, 동남아 등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기지를 확충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추격에 나섰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고성능 메모리인 HBM 수요가 폭증하자 재빨리 생산량 확대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이크론의 HBM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미미했으나, 최근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AI 시장에서의 삼성과 SK의 입지가 기대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론도 나온다.

23일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말레이시아 공장을 HBM 생산기지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론은 말레이시아 공장을 테스트(검사) 및 패키징(조립) 등 후(後)공정 기지로 운영해 왔는데 일부를 HBM 전용 라인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메모리 장치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D램 간 결합을 얼마나 정교하게 하느냐가 핵심이어서 전공정 못지않게 후공정이 중요하다”며 “이런 차원에서 후공정을 담당하던 말레이시아 공장을 전환하는 것은 효율적인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마이크론은 자사의 가장 큰 HBM 생산기지인 대만 타이중(臺中)에서도 증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연구개발(R&D) 거점인 미국 아이다호주 본사에서는 HBM 연구 인력과 시설 확대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2027년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짓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 공장에서도 HBM용 D램을 집중 생산할 계획이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비해 HBM 후발 주자였지만 올 2월 가장 먼저 엔비디아용 5세대 HBM(HBM3E)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곧바로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 양산은 우리”라고 맞대응했지만 업계는 마이크론이 엔비디아 납품에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엔비디아 납품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5%가량인 시장점유율을 내년에 20∼2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HBM이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에서 올해 21%, 내년 30%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판 뒤집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고했던 삼성·SK 중심의 메모리 시장 과점체제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최근 증설에 들어간 공장들이 내년 또는 내후년에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점유율 격차를 빠르게 좁히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HBM 생산량은 마이크론의 6배 수준으로 격차가 크다. 마이크론이 수율 등 품질 면에서 완전히 검증되진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주도권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생산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 공급 규모를 전년 대비 3배 늘리고 내년에도 2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말 완공 예정인 충북 청주 M15X 공장에서 HBM 등 D램을 집중적으로 생산할 방침이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