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씨가 공장을 다니면서 작성한 메모장.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A 씨(19)는 지난 16일 오전 9시 22분경 전주시 팔복동의 한 제지공장 3층 설비실에서 기계 점검을 하다가 숨졌다. 그는 지난해 3개월간 특성화고 현장실습을 거쳐 정직원으로 채용됐으며, 사고 당시 6일가량 멈춰있던 기계를 점검하기 위해 혼자 설비실로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그는 숨진 채 발견되기까지 최소 1시간 정도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생전 자신의 수첩에 ‘경제-통장 분리하기’라는 항목에서 ‘생활비 통장’, ‘적금 통장’, ‘교통비 통장’, ‘경조사 통장’ 등 필요한 통장 목록을 꼼꼼히 분류했다. 또 자신의 현재 자산과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한 뒤 매달 목표 저축액을 기입했다.
그는 언어 공부에 대한 목표도 적었다. 영어와 일본어를 공부하겠다며 ‘인강(인터넷 강의) 찾아보기’, ‘독학 기간 정하기’ 등 세부 계획을 세웠다. 카메라 촬영법 배우기, 편집 기술 배우기, 악기 배우기 등 취미 생활에 대한 목표도 정성스레 적어놨다.
A 씨는 특히 자신의 생활 습관에 대한 다짐도 기록했다. ‘겁먹지 말기’, ‘기록하는 습관 들이기’, ‘남에 대한 얘기 함부로 하지 않기’, ‘친구들에게 돈 아끼지 않기’ 등이었다. ‘파트에서 에이스 되겠음’이라며 업무에 대한 의욕을 드러냈다. 또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라며 미래에 대한 꿈을 꿨다.
A 씨가 공장을 다니면서 작성한 메모장.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유족 측은 민주노총 전북본부 등과 함께 고용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하라”며 명확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김현주 전 전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 대표는 “A 씨는 평소 엄마에게 본인은 1, 2층에서 일하고 3층은 고참 선배들이 작업해 안전하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하지만 그날 A 씨는 3층에 올라가서 작업을 하다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실하고 밝은 모습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한 19세 청년이 왜, 어떻게 사망하게 되었는지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 등을 통해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지공장 측은 A 씨의 과로사 정황이 없고 유독가스 등 위험성 또한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A 씨가 사고 전 열흘 동안 하루 8시간만 근무했고, 사고 후 이틀에 걸쳐 유해가스 농도를 측정했지만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지공장 측은 A 씨가 홀로 작업을 진행한 점에 대해선 “2인 1조가 필수인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