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재학 중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대학원을 떠나야 했던 버지니아 히슬롭(105)이 83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사진출처=스탠퍼드 대학교 홈페이지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대학을 떠나야 했던 한 여성이 83년 만에 스탠퍼드 졸업장을 품에 앉았다.
24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버지니아 히슬롭(105·여)은 16일에 열린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 학위와 졸업장을 받았다.
다니엘 슈워츠 스탠퍼드 대학교 교육대학원 학장은 히슬롭에 대해 “배움의 열망이 대단하고 그동안 교육적 성취를 이루며 살았다”고 소개했다. 히슬롭은 무대 위로 걸어 나가며 “세상에나, 너무 오랫동안 기다려온 순간”이라고 감탄했다. 이 모습을 본 그의 손주와 증손주를 포함한 가족들과 졸업생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히슬롭이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1941년, 그의 연인이었던 조지가 제2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라는 나라의 부름을 받게 됐다. 결국 히슬롭은 논물을 제출하지 못한 채 조지와 결혼했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그는 남편인 조지의 부대가 있는 오클라호마주로 떠났고, 전쟁 이후에는 워싱턴주로 이주해 두 아이를 키웠다.
대학원 재학 중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대학원을 떠나야 했던 버지니아 히슬롭(105)이 83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사진출처=스탠퍼드 대학교 홈페이지
히슬롭은 이런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했고 늘 공부를 즐겼기에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히슬롭은 지역사회 내에서 교육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았다. 여학생에게 고등 영어 대신 가계(家計)를 가르쳤던 당시 중학교 교육 과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펼쳤고, 워싱턴주의 독립 커뮤니티 칼리지 지역을 조성하기 위해 로비 활동을 했다. 워싱턴주 헤리티지 대학 설립에 참여하고 600만 달러(약 83억 원)의 장학금을 모금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히슬롭의 사위가 그의 졸업에 대해 스탠퍼드대에 문의했고, 스탠퍼드대는 더 이상 논문이 필요하지 않다고 답하며 히슬롭은 졸업 요건을 갖추게 됐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