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전주시의 한 제지공장에서 숨진 채 발견된 10대 작업자의 메모장이 공개됐다. 그가 생전 남긴 메모에는 미래 계획 등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10대 작업자 A 씨는 지난 16일 오전 9시 22분쯤 전주시 팔복동의 한 제지공장 3층 설비실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배관실에 쓰러져 있던 그는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A 씨는 며칠 동안 가동이 중지됐던 설비의 재가동을 위해 육안으로 설비 이상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설비실로 갔던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노총 전북본부 제공)
인생 계획에 대해서는 ‘다른 언어 공부하기’, ‘살 빼기’,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기’, ‘편집 기술 배우기’, ‘카메라 찍는 구도 배우기’, ‘사진에 대해 알아보기’, ‘악기 공부하기’, ‘경제에 대해 공부하기’ 등을 목표로 했다.
그는 통장도 분리해 경제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추정됐다. ‘월급 및 생활비 통장’, ‘적금 통장’, ‘교통비 통장’, ‘비상금 및 경조사 통장’ 등 목적에 따라 통장을 따로 분리했다.
그는 언어 공부와 경제 공부, 독서에 대한 열정도 드러냈다. 또 매달 월급과 생활비를 꼼꼼히 적어 자산 모으기 계획을 세웠다.
메모를 본 누리꾼들은 “너무 가슴 아프다. 열심히 성실히 인생을 살고 싶은 저 소박한 바람들이 너무 안타깝다”, “앞날이 창창할 나이에. 너무 안타깝다”,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너무도 건실한 청년인데”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A 씨의 유족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는 지난 20일 “입사 6개월 만에 만 19세 사회초년생 청년이 업무 수행 중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지만 사측은 개인의 문제로만 간주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사측은 억울한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진상규명하라”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A 씨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을 조사 중인 전주덕진경찰서는 현재 국과수에 부검을 의뢰한 상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