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첫 도입후 1년 ‘늘봄영농조합’ 농민들 땅 빌려주고 조합원 참여 넓어진 땅-기계화로 ‘규모의 경제’ 일당+배당… 80대 농부 “참 잘했다”
18일 경북 문경시 영순면 율곡리의 한 논에 수확한 양파가 커다란 바구니에 담겨 있다. 이 논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임대 방식의 공동영농 모델을 도입해 지난해 6월부터 농사를 짓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땅을 빌려준 농민들에게 3.3㎡당 3000원의 배당금도 선지급했다. 문경=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땅을 모아 다 같이 농사를 지을 조합을 만들자고 했을 때는 다들 ‘여기가 북한이냐’고 했죠. 하지만 여든 넘어서도 계속 농사를 지으셨던 어르신들께서 이젠 이런 땡볕에 나와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참 잘했다’는 말씀들을 하세요.”
18일 경북 문경시 영순면 율곡리의 한 논에서 커다란 트랙터를 몰던 홍의식 늘봄영농조합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양파 수확을 마친 논에 또 감자를 심기 위해 땅을 가는 중이었다. 주변 논들에서는 수십 명이 양파 수확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홍 대표는 “양파를 팔고 결산을 해봐야겠지만 땅을 빌려주신 분들께 비율에 따라 추가 배당금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때는 더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 값비싼 농기계도 공유로 부담 ↓
이날 논에선 농촌에선 쉽게 보기 힘든 포클레인까지 동원돼 수확한 양파를 트럭에 옮겨 싣고 있었다. 수천만 원 상당의 트랙터도 여러 대가 보였다. 제갈승 경북도 농업정책과 농정기획팀장은 “공동영농 모델이 도입된 이후 개인이 사기에는 부담이 큰 농기계를 조합이 구입해서 모든 농지에서 쓰고 있다”며 “농사 짓는 땅이 대폭 넓어지면서 나타나는 ‘규모의 경제’로 얻을 수 있는 이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80개의 농가를 모아 영농조합을 만든 홍 대표는 공동영농의 경쟁력 중 하나로 이모작을 꼽았다. 그는 “조합을 통해 농사를 지으면서 벼농사의 틀에서 벗어나 콩, 양파 등 이모작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올해와 내년 이모작을 통해 양파 5000t뿐만 아니라 콩 214t, 감자 900t이 생산 가능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3㎡당 생산량으로 보면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총수입 자체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110ha 논에서 벼농사만 지었을 경우 경영비를 제외한 총수입은 7억7900만 원이지만 콩과 양파, 감자 등을 재배하면서 총수입은 24억7900만 원으로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 “경영진이 결정 잘못하면 타격도 커”
정부는 이 같은 공동영농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내놓을 ‘역동경제 로드맵’에 담을 농업 생산성 향상 방안 중 하나로 공동영농 모델 확산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경북 문경의 공동영농 모델은 농가 고령화뿐만 아니라 규모화와 기계화를 통한 생산비용 절감, 농산물의 안정적 생산·공급, 농가 소득 안정 등 여러 측면에서 시사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공동영농 모델의 경우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해에 대규모로 작물을 재배하는 만큼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만큼 타격도 커질 수밖에 없다. 백승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교수는 “영농조합을 이끄는 이들이 농업 기술과 경영 마인드, 리더십, 시장을 내다보는 혜안 등을 두루 갖춰야 바람직한 경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문경=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