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압 변전소 유아 등 건강 위협” 예정지 청량리-부천 주민들 반발 지자체도 정부에 위치 변경 요구 갈등 장기화땐 운행 차질 우려
20일 서울 서초구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지하에 위치한 매헌전철변전소.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40대 들어 어렵게 얻은 두 살 아이가 있는데 집 앞 30m 거리에 변전소가 들어온다니 당연히 아이들 건강이 걱정됩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운행을 위한 초고압 변전소가 들어서는 서울 청량리역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박모 씨(47)는 24일 “변전소가 설치되면 전자파로 어린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 씨는 “나는 광화문으로 출퇴근해서 GTX를 이용할 일도 없는데 왜 피해를 봐야 하느냐”며 “지난해 입주한 첫 내 집이지만, 변전소가 들어온다면 이사를 갈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와 경기 부천시 아파트 단지 인근에 GTX 운행을 위한 초고압 변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반발이 계속되면 GTX-B, C 노선 운행 계획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20일 국토교통부가 전문가들과 변전소 1m 거리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준은 2.8μT(마이크로테슬라)였고, 5m 거리로 떨어지자 수치는 0.2μT로 급감했다. 변전소가 설치된 곳의 지상에서는 전자파 수준이 0.04μT로 측정됐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자 지자체에서도 국토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동대문구는 지난달 대안 후보지를 제시하며 기존 변전소 계획을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동대문구 관계자는 “전자파뿐 아니라 화재 위험 등이 있는데 위치 선정 과정에서 구청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비용이 더 들더라도 더 나은 장소를 제안해 국토부와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반발이 GTX 사업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국토부는 20일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지하에 있는 변전소에서 전자파 수준을 측정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했다. 국토부가 전문가들과 변전소 1m 거리에서 측정한 전자파 수준은 2.8μT(마이크로테슬라)였고, 5m 거리에선 0.2μT였다. 가정용 전자레인지의 전자파는 37.4μT, 사용 중 헤어드라이어는 16μT 수준이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