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마약 ‘아편’ 때문에 영국이 청나라 침공해 전쟁 발생 진통-해열 효능 위해 개발됐지만… 강력한 중독성 탓에 사회 문제로 한국도 더 이상 ‘마약청정국’ 아냐
다량의 마약이 한국서도 유통 지난달 서울 동대문경찰서가 보이스피싱 조직으로부터 압수한 마약. 19세기 청나라와 영국은 아편 때문에 전쟁을 벌였고, 최근 미국은 펜타닐 확산 때문에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동아일보DB
6월 26일은 유엔에서 지정한 마약 퇴치의 날입니다. 1987년 미국 주도로 유엔이 마약 퇴치의 날을 지정한 겁니다. 미국은 오랜 기간 마약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였고 연방정부는 마약단속국(DEA)을 설치해 마약 단속에 나섰습니다. 1980년대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미국과 세계의 마약 문제는 많이 해결됐을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 사회의 마약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세계 지리 이야기의 주제는 마약과 지리적 갈등입니다.
● 인류 최초의 마약 아편과 아편전쟁
아편에 중독된 사람이 투약을 중단할 경우 구토와 설사 등의 증상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계속 투약할 경우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19세기 중국 청나라에선 사람들이 일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아편굴에서 아편만 피우는 것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습니다.
결국 청나라 정부는 아편을 판매하던 영국 상인의 아편을 폐기했는데, 영국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청나라를 침공합니다. 이것이 바로 아편전쟁입니다. 아편전쟁에서 진 결과 중국은 영국에 홍콩을 내줘야 했고, 1997년 홍콩이 다시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까지 영국이 홍콩을 통치했습니다. 아편이라는 마약이 이런 지정학적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 모르핀과 메스암페타민 그리고 군인병
기술 발전에 따라 과학자들은 아편에서 진통 완화 물질만 추출할 수 있게 됐는데 이것이 바로 모르핀입니다. 모르핀은 강력한 진통 완화 및 수면 효과가 있어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에서 다친 군인들에게 투여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각국은 염산으로부터 합성된 마약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군인들에게 보급했습니다. 메스암페타민은 진정 효과를 가진 모르핀과 반대로 사람을 각성시킵니다. 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한 군인은 2, 3일씩 잠을 안 자고 전투에 참여해도 지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전쟁 후 사회로 돌아온 군인 상당수는 ‘전쟁 영웅’에서 ‘마약 중독자’로 전락했습니다.
● 헤로인과 펜타닐, 새로운 마약의 유행
모르핀보다 더 진통 완화 효과가 강한 헤로인을 개발한 건 독일 제약사 바이엘입니다. 효과가 좋았던 탓에 약의 ‘영웅’이라는 의미를 담아 헤로인(Heroin)이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2차 대전 이후 헤로인은 유럽과 미국 등에서 급속히 확산됐는데 미국에선 매년 헤로인 중독 사망자가 1만50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졌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헤로인을 능가하는 마약이 또 등장했습니다. 바로 펜타닐입니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저렴한데 효과는 50배에 달해 더 빨리 미국 사회에 유행하게 됐습니다. 펜타닐 유행으로 2020년대 들어 미국의 약물중독 사망자 수는 매년 10만 명이 넘고 있습니다. 다급해진 미국은 펜타닐을 수출하는 주요 국가로 중국을 지목했는데, 중국이 반발하면서 양국 간 긴장관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습니다.
안민호 마포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