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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광영]‘김호중 방지법’ 입법 추진… 도주 후 ‘술 타기’ 철퇴 맞나

입력 | 2024-06-24 23:21:00



최근 기소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음주운전 혐의를 피할 수 있었던 데에는 사고 후 편의점에서 샀던 캔맥주 4캔이 큰 역할을 했다. 김 씨는 지난달 9일 밤 서울 강남에서 택시를 들이받고 경기도의 한 호텔로 도주한 뒤 그 앞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샀다. 보통의 음주 뺑소니범들은 알 만한 곳으로 도주해 몇 시간이면 잡히는데 김 씨는 추적이 어려운 외딴 호텔에 숨어 있다 17시간 뒤에야 경찰서에 나타났다. 이렇게 시간을 지연시켜 놓고, 맥주까지 사 마셨으니 경찰이 아무리 정교하게 추정한다고 한들 김 씨의 운전 당시 혈중 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이었다는 걸 입증하긴 어렵다.

▷음주 사고 후 일부러 술을 더 마셔 사고 당시 알코올 농도를 특정할 수 없게 만드는 ‘술타기’는 음주운전자들이 자주 쓰는 수법이다. 음주운전을 하다가 앞에서 경찰이 단속 중이면 황급히 편의점으로 가 소주를 들이켜거나, 집에서 술을 마시며 경찰이 오기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 수사기관이 제때 음주 측정을 못 한 경우 사후에 혈중 알코올 농도를 역산하는 ‘위드 마크 공식’이 있긴 하지만 사고 후 2차 음주는 이마저 무력화시킨다.

▷대법원은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런 꼼수를 단죄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토로한 적이 있다. 2020년 음주 상태로 승용차를 들이받은 화물차 운전사가 경찰에 잡히기 전 소주 1병을 더 마시는 바람에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69%에 달했음에도 무죄 판결을 한 사건에서다. 대법원은 “음주운전자가 처벌을 회피하게 되는 결과를 용인하는 것은 정의 관념에 맞지 않지만 이를 처벌할 입법적 조치가 없는 현재로선 불가피한 결론”이라고 했다.

▷김 씨는 일단 도주 후 술타기 전략으로 음주운전 혐의를 피하는 데는 성공했다. 검찰은 형량이 더 무거운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음주 영향으로 사고를 내 사람을 다치게 한 위험운전치상 혐의다. 혈중 알코올 농도는 없어도 되지만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였다는 걸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판결이 어떻게 나오든 김 씨가 그토록 피하려 했던 음주운전자 꼬리표보다 ‘역대급 사법 방해자’라는 오명이 연예인에겐 더 치명적일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김 씨 사건이 남긴 ‘순기능’이 하나 있다면 음주운전 처벌에 있어 입법의 공백을 여실히 확인시켜준 점이다. 교묘하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행태를 막지 못하면 형량을 아무리 높여도 소용이 없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검찰이 음주운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술을 더 마시면 음주측정 거부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김호중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고, 국회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속속 발의되고 있다. 진작 나왔어야 할 법인데 이제라도 촘촘히 만들어 음주운전자들이 꼼수 부릴 틈을 완전히 없애야 한다.




신광영 논설위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