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오른쪽)이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왼쪽)와 악수하고 있다. 우 의장은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운데), 박 원내대표와 원 구성 관련 회동을 위해 이날 만났지만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 등 원 구성과 관련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이 어제 의원총회를 열고 4월 총선 의석수에 따른 자당 몫인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맡기로 했다. 집권 여당으로서 유례를 찾기 힘든 2주간의 국회 보이콧이 임기 시작 25일 만에 철회됨에 따라 22대 국회는 곧 원 구성을 마무리짓게 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협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야당도 아닌 집권 여당이 국회 활동을 거부한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다. 산적한 민생 현안과 특검법 등 정치 현안이 즐비한 상황에서 국회 밖을 맴도는 여당을 이해할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민주당 역시 국민의힘의 복귀를 이기고 지는 문제로 여겨선 안 된다. 민주당의 총선 압승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대통령의 2년 국정이 심판받으면서 생긴 반사이득이라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말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지금의 여야는 극단적 정치싸움을 멈추지 않는 한 국민 앞에 모두 패자다. 무기력한 여당과 당 대표 방어가 제1과제처럼 비치는 야당의 모습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야는 어떻게든 합의점을 찾아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21대 국회 말미에 합의해 놓고도 미뤄둔 법안과 두 정당 정책의 공통분모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연금개혁 논의나 고준위 방사성 법안이 그렇다. 또 낙태죄 등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판정을 받고도 정비하지 않은 법령들도 우선 처리해야 할 과제다.
국민의힘은 새 국회에서 어떤 입법 활동을 하겠다는 것인지 설명부터 내놓아야 한다. 여당으로서 지역 개발 사업 말고는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인지, 정책 비전을 제시한 것이 거의 없다. 민주당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독주에 뒤따를 수 있는 역풍을 늘 조심해야 한다. 또 추진하는 법안이나 상임위 질의가 특정인 방탄을 위한 것으로 여겨질 일은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들 사이에선 22대 국회가 시작부터 ‘대결과 거부권의 정치’로 흐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정부 여당의 입법은 의석수 벽에 부딪혀 좌절되고 야당이 처리한 법안들은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히는 장면을 어떻게든 없애려는 노력을 여야가 함께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여야가 작은 공통점이라도 찾아야 한다. 거기에서 성과가 나온다면 협력 정치를 향한 물꼬를 틀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