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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대학-유망기업 1대1 결연… ‘글로벌 스타기업’ 키운다

입력 | 2024-06-25 03:00:00

구미시-금오공대 산학협력으로
‘구미형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
금오공대, 기업 100곳 관련 세미나
공동 개발할 기술-제품 등 선별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에 있는 주광정밀 내 첨단 기술실에서 직원이 3차원(3D) 측정기로 흑연 가공 제품을 최종 검사하고 있다. 이 공정은 품질 보증뿐만 아니라 고객사 만족도까지 높이고 있다.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21일 경북 구미시 진평동에 있는 주광정밀㈜ 본사 생산공장. 직원들이 흑연으로 금형을 가공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김중태 기술연구소장은 “반도체 제작 공정에 들어가는 제품을 만들고 있는 것”이라며 “초정밀 가공이 필요한 섬세한 과정이다. 제품 분야는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자동차, 수소연료전지, 바이오, 항공기, 우주 등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흑연전극을 이용한 초정밀 가공 기술력이 독보적인 중소기업이다. 연필심의 원료인 흑연은 전기를 흐르게 하면 매우 단단해지는 성질이 있어 가공용으로 쓰인다. 1994년 회사 설립 당시 이 기술은 생소한 미개척 분야였지만 꾸준히 연구개발(R&D)에 몰두해 강소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1000만 달러, 2021년 2000만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이 회사는 국립금오공대와 긴밀하게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장비 및 공정용, 항공기 엔진 유지보수정비(MRO) 등의 금형 가공 연구개발을 진행해 신기술을 획득했다. 최성대 금오공대 기계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연구년 동안 이곳에 파견돼 국토교통부 과제 자문과 수소연료전지 기술, 난삭재 절삭가공 기술 분야에서 지원하고 있다. 윤재호 주광정밀 대표는 “신기술 개발이 회사 미래의 명운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내 최초, 세계 최초의 기술 분야를 더욱 확대하려면 지역 기업과 대학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는 산학 R&D를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구미형 글로벌 기업 육성 주목

주광정밀은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 사업인 ‘K-STAR 300’ 1호로 가입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5월 구미시와 금오공대, 글로컬(글로벌+로컬) 혁신 유망기업이 시작했다. 지역 산업을 선도할 스타기업 300개를 만들자는 의지를 담았다.

기업과 대학, 구미시가 기술 사업화 실용 연구 및 혁신 창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협력을 시작했다. 혁신기업과 일대일 결연을 한 최 교수 등은 △사업화 융합 연구 공동 수행 △기업 맞춤형 융합 교육과정 공동 개발 △특허 등 지식재산의 공동 개발 및 활용 △교육 공동 펀드 조성 등을 통해 산학협력 전담 역할을 맡고 있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기술과 인재 확보 경쟁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치열해졌다. K-STAR 300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업은 지자체와 대학, 기업의 상생 혁신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성장을 주도했던 구미 국가산업단지는 2013년 수출 367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대기업의 역외 이전 여파로 생산 및 수출, 고용이 하락하는 장기 침체를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28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최근 산업단지 가동률은 61.8%로 전국 평균 83.9%에 미치지 못한다. 다수의 중견·중소기업이 독자적인 기술과 제품, 시장을 확보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1980년 개교 이래 지역 산업과 함께 성장해 왔던 금오공대도 학령인구가 급감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해 왔다. 이와 맞물려 국내 유일의 공학 특성화 국립대로서 구미시와 구미 국가산단이 상생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한 것이다.

● 인재 양성 전략회의 우수 사례로

금오공대는 2022년 3월 구미상공회의소에서 ‘지역 위기 극복을 위한 산학연 비전 공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곽호상 금오공대 총장은 “지역 소멸 위기 앞에 지자체와 기업, 대학과 혁신기관들은 운명 공동체”라며 “금오공대는 구미 산업이 필요로 하는 대체 불가의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거듭나겠다. 이것이 우리의 비전이자 생존 전략”이라고 선언했다.

금오공대는 후속으로 ‘금오 퀀텀 점프(대도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STAR 300이 핵심 사업이다. 금오공대는 독일의 사례를 주목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위 안에 드는 강소기업(히든챔피언) 전체의 49%인 1537개가 독일 기업이다. 특화 분야 응용 연구를 선도하는 프라운호퍼(독일 국립연구소)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금오공대는 지난 1년간 100개 기업을 진단하고 소속 교수들과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공동으로 개발할 기술과 제품을 선별하고 추진 계획을 담은 제안요청서를 작성하는 등 구체적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 내용은 지난해 2월 대통령이 주관한 ‘제1차 인재 양성 전략회의’에서 우수 사례로 발표됐다. 또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사업에 예비 지정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금오공대는 영남대와 연합으로 경북 중서부권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해 지역 산업을 위한 K-STAR 프로젝트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곽 총장은 “반도체와 방위산업,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미래 모빌리티, 의료 바이오 등 산업 지형 변화는 새로운 기회”라며 “기업들이 선제 대응하도록 돕는 것에서 대학의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다. K-STAR 300을 통해 히든챔피언이 많이 탄생하도록 대학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구미=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