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텍대 ‘IT 테스터 과정’ 가보니 앱 개발 과정서 결함 등 확인 미취업 여성 맞춤형 교육 제공… IT 직무 무관해도 배울 수 있어 금융-교육 등 활용 분야 다양… 수료 후 전문 기업 취업 연계
18일 경기 광명시 한국폴리텍대 광명융합기술교육원 강의실에서 ‘IT 테스터 전문가 양성과정’ 수강생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실습을 하고 있다. 경력보유여성(경력단절여성) 등을 대상으로 한 이 과정은 20∼50대 여성에게 맞춤형 기술교육을 제공해 정보기술(IT) 분야 취업을 돕고 있다. 광명=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8일 오전 경기 광명시 한국폴리텍대 광명융합기술교육원 지하 강의실.
정면 스크린에는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영문 약자가 빼곡히 나열돼 있었다. 학생 19명은 장석주 데이터분석과 교수의 설명을 들으며 각자의 컴퓨터로 실습 과제를 따라 하느라 분주했다. 장 교수가 “여기까지 각자 해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자”고 하자 과제를 빨리 마친 학생들이 옆자리 학생을 도와주기도 했다.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대학 정보기술(IT) 과목 실습처럼 보이지만 학생들은 재취업을 준비하는 20∼50대 여성들이었다.
● 3개월 교육과정 후 엔지니어 취업
학생들은 이날 수업에서 기업용 데이터베이스에 담긴 데이터를 추출하는 방법을 배웠다. 장 교수는 학생들에게 “여러분이 개발자처럼 이 프로그램을 다룰 필요는 없지만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틈틈이 메모하면서 실습에 참여했다.
수강생 이유정 씨(44)는 “원래 IT와 무관한 일을 했는데 배우다 보니 재미있는 것 같다. 개발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오류를 찾아내는 일이 적성에 맞는다”며 웃었다. 이 씨는 기업에서 일반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결혼 후 수년 동안 일에서 손을 뗐다.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무직으로 다시 취업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다시 그만둬야 했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사무직으로는 취업하기 어려워 오래 일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싶었다”고 했다. 수강생 전소원 씨(40)도 “소프트웨어 개발이 늘어날수록 테스트 수요도 늘기 때문에 재취업에 유리할 것 같아 지원했다”면서 “처음엔 용어도 생소하고 어려웠지만 이젠 익숙해졌다”며 웃었다.
● 경험-전문성 결합해 취업 성공률 높여
폴리텍대는 출산·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과 미취업 여성을 위한 맞춤형 직업훈련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IT 테스터 과정은 지난해 상반기(1∼6월) 처음 개설됐다.
장 교수는 “소프트웨어 테스트는 전자상거래, 금융, 교육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해 온라인쇼핑 운영자뿐 아니라 보험설계사 등의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사회생활과 경험이 풍부한 경력보유여성(경력단절여성)에게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관련 소프트웨어를 테스트하는 직무에서 은행원 출신을 우대하는 식이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소프트웨어 산업에 따라 테스트 수요도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장 교수는 “과거 직장에서 쌓은 업무 지식과 소프트웨어 테스트 전문성을 결합하면 빨리 재취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신민화 폴리텍대 광명융합기술교육원장은 “여성 재취업 활성화를 위해선 단순 취업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될 수 있는 기술교육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IT 테스터 과정 같은 맞춤형 기술교육으로 여성 재취업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