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 3개월만에 또 참사 유대인 회당 등 2곳 공격 받아 경찰관-정교회 신부 등도 숨져 서방 “종교 갈등” 러 “우크라 배후”
불타는 유대교 회당 23일 러시아 다게스탄공화국 데르벤트에서 무장 괴한의 테러 공격을 받은 유대교 회당이 불에 타며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이날 수도 마하치칼라와 데르벤트에서 잇따른 테러로 경찰 15명과 성직자 1명 등 최소 19명이 숨지고 25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 출처 X(옛 트위터)
러시아 최남단 다게스탄자치공화국에서 잇따라 테러가 발생하며 경찰 15명을 포함한 최소 19명이 숨졌다. 3월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콘서트장 테러로 약 140명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하면서 러시아 내 치안 체계에 균열이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방에선 이번 테러가 그리스 정교회 축제인 오순절(23일)을 맞아 해당 지역의 유대교와 기독교 종교시설을 목표로 한 점으로 미뤄 3월 테러와 마찬가지로 종교 갈등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하며 원인을 외부 탓으로 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유대교, 그리스 정교회 겨냥 동시 테러
다게스탄 내무부는 이번 공격으로 테러 공격을 진압하던 경찰관 15명과 정교회 신부를 포함한 민간인 4명 등 최소 19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총격범 5명도 숨졌으며 이들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연방조사위원회(ICR)는 “대중의 높은 관심과 신속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위해 중앙으로 이관해 추가 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게스탄은 러시아와 두 차례 독립전쟁을 치른 체첸공화국과 인접해 있다. 이전부터 이슬람 반군들이 세력 확대를 시도하며 여러 차례 테러를 일으켰다. 특히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로 정세 불안이 더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교 회당과 정교회 성당이 모두 공격받은 데르벤트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역사 도시다. 민족 구성이 다양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프리고진 쿠데타’ 발생 직후 민심 수습을 위해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이기도 하다. 마하치칼라에선 지난해 10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출발한 여객기를 막기 위해 팔레스타인 국기를 든 수백 명이 공항에 난입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 이번에도 “서방-우크라에 배후 있다”
압티 알라우디노프 러시아군 총정치국 부국장도 “서방에 책임자가 있다”며 “이들은 러시아에 맞서 하이브리드 전쟁(비군사적 수단을 활용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모스크바 콘서트홀 테러 때도 별다른 증거 없이 “테러범들이 우크라이나 쪽으로 도주하려 했다”며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이슬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분파인 ‘IS-K’(호라산)는 테러 직후 자신들의 소행을 자처했다.
푸틴 대통령은 직접 반응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에서 미사일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 다게스탄에서 숨진 이들과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로 공습한 것을 함께 거론한 것이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서방으로 책임을 돌리는 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상원의원은 텔레그램에서 “모든 테러를 우크라이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계략으로 간주하면 러시아에 큰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김윤진 기자 k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