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스 PGA 챔피언십 제패 2위들과 3타차 7언더… 통산 6승 “내 선수경력에서 가장 긴 18번홀” 세계랭킹 25위→15위내 진입 전망, 올림픽行 유력… ‘韓 무관’기록도 깨
샴페인 세리머니… “은퇴 전 메이저 트로피 갖게 돼 영광” 양희영(왼쪽)이 24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KMP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한 뒤 이번 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김아림(공동 30위) 등 동료 선수들로부터 축하 샴페인 세례를 받고 있다. 서매미시=AP 뉴시스
“은퇴하기 전에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까 하고 나 자신을 의심했었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보냈다. 닿을 듯하면서도 좀처럼 닿지 않는 메이저대회 정상을 앞에 두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해냈다.
양희영(35)이 24일 미국 워싱턴주 서매미시 사할리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투어에 데뷔한 2008년 이후 17번째 시즌 만이자 75번째 출전 메이저대회에서 거둔 첫 우승이다. 지난해 11월 시즌 최종전이던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7개월 만에 우승한 양희영은 투어 통산 6승째를 기록했다.
양희영이 이번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선 모습. 서매미시=AP 뉴시스
양희영은 그동안 메이저대회에선 좀처럼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출전한 74번의 메이저대회에서 준우승 두 차례를 포함해 톱10에 21번이나 이름을 올렸지만 정상에는 오르지 못했다. 양희영은 메이저대회 준우승(2012, 2015년)을 US여자오픈에서만 기록했다.
양희영은 75번째 메이저대회에서 잡은 우승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공동 2위 그룹과 두 타 차 선두로 시작한 4라운드에서 전반에만 두 타를 줄였다. 후반 들어 2위 그룹과의 격차를 한때 7타까지 벌린 양희영은 16번홀(파4) 보기, 17번홀(파3) 더블보기로 세 타를 잃었지만 18번홀(파5)을 파로 마무리하면서 역전을 허용하지는 않았다. 양희영은 “18번홀 페어웨이에서 캐디에게 ‘내 선수 경력에서 가장 긴 18번홀’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부담을 느꼈다”며 “골프장 안에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했다. 준비한 대로만 하자는 말을 수도 없이 했다. 내가 경쟁력이 있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 냈다”고 했다.
양희영은 자신이 아홉 살이던 1998년 이 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 우승한 박세리를 보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양희영은 이날 우승 트로피를 가리키며 “여기에 박세리 선배의 이름이 보인다. 항상 꿈꿔 왔던 걸(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 갖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양희영은 LPGA투어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고령 메이저대회 우승 기록도 남겼다. 종전 기록은 이미림이 2020년 ANA 인스피레이션(현 셰브론챔피언십)에서 우승할 당시의 30세다.
이날 우승으로 양희영은 7월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출전 티켓도 손에 넣었다. 공동 4위를 했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 출전이다. 파리 올림픽 여자 골프 출전 티켓은 25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을 기준으로 배분된다. 양희영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25위에서 15위 안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여자 골프엔 국가당 2명씩 출전하는데 세계 랭킹 15위 이내 선수가 여럿일 경우 최대 4명까지 참가할 수 있다. 한국은 고진영, 김효주, 양희영이 출전한다. 양희영은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대회를 치른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