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출마 안할거면 사퇴 안했을것” 李, 당대표 연임 도전 기정사실화 與 “민주당 아버지로 등극하더니 연임 위해 사퇴, 희대의 코미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당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며 인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정했다면 사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실상 연임을 기정사실화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건 차기 전당대회에 나가기 위한 수순이다. 그의 원래 당 대표 임기는 차기 전당대회가 열리는 8월 18일까지인데, 당규상 전당대회에 출마하려면 후보자 등록 전까지 지역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당직을 사퇴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르면 다음 주말 후보자 등록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사퇴를 선언하며 “(차기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 확정했다면 (당 대표를) 사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심 중”이라던 이 대표가 연임을 결심한 건 대권 플랜 가동에 따른 수순이자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관련 추가 기소로 자신의 사법 리스크가 재점화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차기 대선주자 ‘일극체제’ 강화 포석
이 대표 측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커진 사법 리스크도 대표 연임 카드를 선택하게 만든 이유로 꼽힌다. 한 친명계 재선 의원은 “평의원 신분으로 재판을 받는 것보다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게 방어권 행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사퇴 발표에 맞춰 ‘친명’들의 최고위원 출마 선언도 이어졌다. 강선우 의원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아니라 ‘당대명’(당연히 대표는 이재명)”이라며 “이재명 대통령 시대, 강선우가 열겠다”고 했다. 김병주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 도전 의사를 밝히며 “이재명 대표와 함께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고, 지켜내겠다”고 했다. 최고위원 출마를 저울질 중인 한준호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상 반 걸음 뒤를 따르며 지켜본 대표님의 뒷모습은 세상의 모든 무게를 함께 나눠진 듯 꿋꿋했다”고 썼다.
첫날부터 불붙은 이른바 ‘명심 전쟁’을 두고 당내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사실상 ‘이재명 충성 경쟁 대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2기 지도부가 강성 친명계로 꾸려질 경우 이재명 ‘일극 체제’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친명계 관계자는 “혹여 지방선거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다면 이 대표가 온전히 그 부담을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방탄 논란’ 재점화도 부담이다. 친문(친문재인) 성향 3선 의원은 “이 대표가 당 대표로서 재판을 계속 받게 될 텐데, 당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앞장서 변호한다는 이른바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대북송금 수사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고, 이 대표를 수사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 與 “이재명 연임은 희대의 정치코미디”
여권에서는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을 중심으로 이 대표 연임에 대한 공세가 쏟아졌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헌법 84조 논쟁, 피고인이 대통령이 되면 재판이 중단되는가’ 토론회에 참석해 “형사피고인은 재판 받는 중에 무죄를 받지 않은 이상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페이스북에 “당을 사당화해 ‘민주당의 아버지’로 등극하더니 대표 연임을 위해 대표직을 사퇴하는 희대의 정치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의 민주당은 ‘민주’라는 말을 못 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희석 선임대변인도 논평에서 “(이 대표는) ‘민주당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이미 절대 존엄이 됐다”며 “민주당 전당대회가 ‘이재명 추대대회’로 불리는 이유”라고 말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