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에서 확인한 최신 암치료 연구 성과 유한양행의 ‘렉라자’ 임상연구 발표… 변이-전이 등에 약물 병용요법 효과 고속 성장 중인 차세대 항암제 ‘ADC’… 유방암-폐암-요로상피암 등에도 적용 “표적치료제 등 맞춤형 치료법 확대”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가 최근 미국 시카고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전 세계 항암 전문가 3만여 명이 참석해 최신 암 치료제에 대한 결과를 공유했다. 동아일보DB
국산 폐암 신약 주목
전 세계 유명 제약사들의 부스가 전시된 ASCO 2024 현장.
특히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폐암의 중복 변이와 간 전이 등의 환자 대상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리브리반트를 정맥주사제가 아닌 피하주사제 형태로 변경해도 치료 효과에서 차이가 없고 치료 예후는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르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렉라자를 기반으로 한 병용요법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꺼지지 않는 ADC 열풍… 글로벌 제약사 임상 각축전
최근 항암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발표가 줄을 이었다. ADC란 특정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에 폭탄 역할을 하는 기존 세포독성약물(항암화학요법)을 연결한 치료제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세포독성약물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 공격하는 바람에 탈모, 소화불량, 구토 등의 많은 항암 부작용을 나타냈다. 하지만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의 도움으로 항암제가 이제 ‘항암 유도미사일’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 속에서 ADC 시장은 2028년까지 300억 달러(약 41조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SCO에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Trop-2 단백질을 타기팅하는 최초의 ADC ‘트로델비’과 관련해 유방암, 폐암, 요로상피암 등의 분야에서 13개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트로델비는 50개국 이상에서 처방되는 약제로 국내에선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번 ASCO에선 유방암, 방광암에서 트로델리 치료 시 메스꺼움, 설사, 호중구 감소증 등이 나타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중구 감소증과 설사 증상은 면역요법과 지사제를 사용해 예방 및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차세대 Trop-2 타깃 ADC를 노리고 있는 치료제들의 임상 성과도 공개됐다. MSD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시투주맙 티루모테칸’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세포독성항암제 대비 암이 진행되지 않는 기간을 2, 3개월 연장하는 성과를 보였다.
다발골수종서 기존 치료 넘는 치료 효과도 확인
학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이번 ASCO 2024는 다양한 암 치료제 연구 성과가 발표되며 암 치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며 “표적치료제를 활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ADC와 이중항체 및 CAR-T 등 다양한 치료제가 새로운 종양 유형에 적용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개발로 암을 극복하는 날이 오길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