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진단 ‘EDO 프로그램’ 임직원에게 해외 근무 경험 제공…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토대 마련 싱가포르-스위스서 근무한 조성호 전무… “글로벌 마케팅, 전략적 사고 능력 강화” 한국-일본 오가며 일하는 홍승연 리드… “대면-비대면 병행하며 시야 넓어져” 독일서 건너온 데이비드 호프만 사원… “한국의 효율적 일 처리 방식 인상적”
로슈진단은 임직원에게 해외 근무 경험을 제공하는 EDO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은 국가를 초월한 다양한 환경에서 직무 경험을 쌓고 각 나라의 문화도 체험하면서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EDO 프로그램은 2015년 시작돼 올해 10년째를 맞았다. 그동안 20여 명의 임직원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과거 스위스에서 EDO에 참여한 경력이 있는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조성호 전무와 현재 EDO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일본 로슈진단 당뇨 관리사업부 홍승연 리드, 한국로슈진단 재무팀의 데이비드 호프만(David Hoffmann) 사원을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조성호 한국로슈진단 진단검사사업부 전무. 로슈진단 제공
로슈진단이 진행한 해외 근무 프로그램 ‘EDO 프로그램’에 참여자들을 만나 지원 동기와 참여 소감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홍승연 한국-일본 로슈진단 당뇨 관리사업부 리드. 슈진단 제공
데이비드 호프만 한국로슈진단 재무팀 사원. 로슈진단 제공
―EDO 프로그램 참여 경험은 어떠했나?
조 전무 “2018년 근무한 싱가포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 국가를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이 속한 지역 조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시간이었다. 작년 스위스 본사 근무는 본사 차원의 글로벌 마케팅과 전략적 사고에 기반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DO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현지에서 생활하며 업무적인 경험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문화를 직접 접하고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점도 좋았다.”
홍 리드 “브랜딩과 디지털 마케팅 경험을 토대로 일본 로슈진단의 디지털 의사소통 전략 수립과 운영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인사이트를 나누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워킹맘으로 해외에 길게 체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일정에 따라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온라인 화상 미팅을 병행하는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에는 대면 워크숍과 미팅을 종일 진행하고 최대한 많은 직원과 만나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후 한국에 돌아오면 워크숍과 미팅을 통해 각자 분담했던 과제를 조사하고 온라인상에서 화상으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호프만 사원 “로슈진단의 ‘Corporate Student’ 프로그램 덕분에 학생 신분이지만 기업 내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 가고 있다.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바탕으로 모국인 독일에서부터 스위스를 거쳐 지금은 한국로슈진단에서 근무하고 있다. 로슈진단은 프로그램 진행 전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이를 통해 미래 경력을 주도적으로 탐색하고 개발해 나가도록 장려하고 있다.”
―EDO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조 전무 “첫 EDO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해외 근무 경험이 없었다. 당시 업무를 총괄하던 사장이 EDO를 통해 여러 국가의 담당자와 직접 소통하며 글로벌 의사소통 방식을 습득해보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서 참여하게 됐다. 이후 리더 그룹의 일원이자 한 사업부를 총괄하는 사람으로 본사와 해외 지역본부와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킹이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로슈그룹 본사가 있는 스위스에서 두 번째 EDO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로슈진단 글로벌은 한국을 매우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두 번의 EDO를 진행하며 구축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실제 개인 업무뿐만 아니라 한국로슈진단과 본사 간 긴밀한 소통에 이바지하는 등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아이를 둔 워킹맘으로서 EDO 프로그램 참여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다. 시도할 수 있었던 배경은?
홍 리드 “개인적으로 EDO는 꼭 참여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었다. 둘째 아이가 많이 어려 몇 달간 해외에서 근무하려면 가족과 많은 조율이 필요했다. 하지만 일본 로슈진단으로부터 제안받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선뜻 수락했다. 업무 시간대가 비고정적인 남편의 근무 특성상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아이들의 육아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지만 가족과 조율하며 EDO를 위한 준비 단계를 하나씩 밟아나갔다. 일본 로슈진단의 EDO 제안에 회신하면서 워킹맘이라는 점을 굳이 밝히지 않았는데 논의 과정에서 이를 알게 된 일본팀에서 오히려 먼저 아이 돌봄 서비스 등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아봐 줬다. 결국 양국을 오가는 형식의 새로운 업무 형태를 제안받아 EDO를 시작하게 됐다. 회사 차원에서 나의 상황을 고려해 적극적으로 상황을 조율하고 참여를 장려해줘 굉장히 감사했다. 한국에서의 업무에 더해 일본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진행하는 것이라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참여를 결정한 것은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독일은 여러 기업이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기업이 아닌 로슈진단의 EDO 프로그램에 지원한 계기가 무엇인가?
호프만 사원 “독일 내 수많은 기업에서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중 로슈진단을 선택한 배경에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매우 조화로운 기업 문화가 있다.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성과 일치하기에 나에게는 중요한 선택 요소였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로슈진단의 산학 연계 프로그램이 매우 인기가 있어서 참여를 위해서는 3회의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로슈진단에서 업무 경험을 쌓고 싶은 의지가 컸으며 오히려 높은 역량의 지원자를 뽑고 있다는 점에서 로슈진단에 대한 신뢰가 더 커졌다. 또한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은 자신의 학업 관심사 우선순위에 따라 관련 분야의 지식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는 평소 기술 분야에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이 높고 변화가 빠른 한국을 경험할 수 있어 기쁘다. 한국에서의 EDO 프로그램이 끝나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EDO에 참여할 계획이며 이후 로슈진단에서 경력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해외 근무 환경이 한국과 사뭇 다를 것 같은데 차이점은?
조 전무 “싱가포르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는 APAC 내 16개국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에 약 10개국 출신의 다양한 국적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의 직원이 모국어가 각기 달라 언어적인 장벽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보다도 업무적인 사고방식이 조금 달랐다. 한국은 우리나라 고객을 위한 고민을 주로 많이 했다면 싱가포르 APAC 지역본부에 속한 직원들은 전체적인 APAC 시장을 고려한 고민을 더 많이 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전 세계 150개국의 비즈니스 환경을 총괄하는 본사 글로벌 조직은 더욱 넓은 시각에서 사고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홍 리드 “일본과는 문화적 차이가 있을 거라고 예상해서 어떻게 소통하고 의견을 내야 할지 고민이 있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영어로 대화하며 언어 장벽으로 인한 오해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하지만 영어로 대화가 어려운 직원과는 번역 앱을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졌던 때도 있었지만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업무를 진행할 수 있어 특별히 불편하거나 다르다고 느낀 것은 없었다.”
호프만 사원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의 생활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도착한 지 이튿날부터 많은 사람이 도움을 줘 적응이 매우 수월했다. 한국 음식도 좋아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한국 문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 업무적인 부분에서는 한국 직원들의 속도가 매우 빨라 효율적인 일 처리에 대해 배우는 등 실제 업무에도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독일은 주로 계획이 업무의 중심을 차지하는 반면 한국로슈진단에서는 실행이 우선시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EDO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후 어떠한 업무적 또는 개인적인 역량 성장이 있었나? 구체적으로 업무에 도움이 됐거나 인상 깊었던 점이 있다면?
조 전무 “EDO 프로그램에 두 번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었던 덕분에 의사소통에 임하는 자세나 방식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이전에는 본사 또는 해외 담당자의 방한 소식에 큰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EDO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친한 동료가 한국에 오게 되면 먼저 연락해 안부를 묻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며 각자 담당하는 시장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나누기도 한다.”
홍 리드 “일본팀에 디지털 의사소통 전략 수립과 운영을 위한 아이디어와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었고 해외 네트워킹 경험과 일본 현지 사업부의 비즈니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국내 많은 헬스케어 기업이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직무 교환 프로그램 도입을 고민하는 국내 기업에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조 전무 “로슈진단과 같은 다국적 기업은 전 세계 여러 국가에 본사와 지역 본부가 위치해 해외 직무 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수월하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를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로슈진단은 EDO 외에도 국내 다른 부서에서의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IDO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영업 담당자가 마케팅 업무에 참여하거나 마케팅 담당자가 인사 경영 지원팀에 합류하는 등 본인의 업무와 전혀 다른 영역의 업무를 경험해 보면서 적성을 탐색하고 사고를 확장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국내 기업 역시 이러한 내부 직무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의 경험 확장을 지원할 수 있다. 직무 교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직원은 업무 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원활한 운영을 위해 리더 그룹의 유연한 업무 대응과 참여 독려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성공적인 해외 진출을 위해서는 진출하고자 하는 나라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현지 시장에 우리 기업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