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 ‘든든전세주택’ 1만호 공급 계획… 하반기 3500가구 입주자 모집 시세 90%로 최대 8년 거주 가능… 무주택자에게 안전한 주택 제공 아파트 쏠림 해결하는 역할도
지난 2월 9.8% 수준에 머물렀던 서울 빌라 경매 낙찰률이 세 달 만에 2배 이상인 20.6%로 뛰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 전세사기 여파로 인해 경매시장에 쌓여가던 매물들이 드디어 주인을 찾은 것이다. 그 주인은 바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다. HUG는 지난 5월7일부터 경매 낙찰을 시작한 이후 6월 24일까지 수도권 빌라와 오피스텔을 무려 681호 낙찰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게 HUG가 경매에 직접 뛰어들어 물건의 장기 유찰로 고전하던 경매시장에 활력이 돌면서 빌라의 주거 사다리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든든전세주택
든든전세주택은 주택을 공급하는 HUG 입장에서도 긍정적이다. HUG는 지난해부터 전세사기 예방과 피해 지원을 위해 많은 활동을 펼쳐왔지만 직접 주택 공급자가 되는 것이 더 확실한 예방 효과가 될 수 있다. 또한 HUG는 각종 보증 상품을 공급해 국민 주거 안정을 실현하는 핵심 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대위변제액이 급증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돼 왔다. 그러나 든든전세주택 사업 추진을 통해 새로운 임차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는다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신속한 채권 회수를 통해 안정적 보증 공급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주택업체, 분양 계약자, 임차인 등 다양한 HUG 보증 수요자의 편익을 증진할 수 있다.
든든전세주택 공급은 주택 시장 안정화에도 큰 역할을 한다. 최근 빌라는 전세사기에 대한 우려로 주택임대차 시장에서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 아파트 전세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그러나 든든전세주택이 공급되면 HUG라는 든든한 임대인 덕분에 임차인들은 보증금을 떼일까 불안해할 필요가 없고 빌라 등 비아파트가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HUG가 임대인을 대신해 보증금을 돌려준 매물들은 경매로 넘기면 새 주인을 찾기까지 통상 2년이 소요됨에 따라 공급이 묶인 상태인데 든든전세주택 도입 시 수도권에서 집을 구하는 직장인 등 실수요자에게 전셋집이 공급돼 전반적인 주택임대차 시장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HUG는 올해 하반기 든든전세주택의 첫 입주자 모집을 계획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주요 입주자가 될 2030 청년을 대상으로 사업 인지도와 홍보 효과를 높이고자 ‘든든전세주택 슬로건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지난 18일 접수 건수가 1400건을 돌파하며 성황리에 마쳤다. 접수된 출품작을 심사해 이달 말경 선정작을 발표할 예정으로 선정된 슬로건은 향후 다양한 사업 홍보에 활용된다. 전셋집 고민이 많은 청년들이 직접 참여하는 만큼 HUG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실수요자에게 더욱 친숙하고 공감되는 슬로건을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간 HUG가 주택 보증 공급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 강화에 기여해왔다면 올해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자로서 자금 여력이 없는 청년·사회초년생 등을 위한 주거 사다리를 직접 지원함으로써 그 역할이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든든전세주택과 관련한 입주 공고 등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HUG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