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전날 밤 친구들과 신나게 놀았는데, 자고 일어나면 도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나는 경우가 있다.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이다.
‘2022년 대국민 음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두 명 중 한 명(45.4%)꼴로 음주 때문에 전날 밤 일이 기억나지 않았던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블랙아웃이 쌓이면 학습, 기억력, 얼굴(안면) 인식에 연관된 뇌 영역의 구조가 바뀔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각 정보(시각·후각·청각 등)를 단기 기억에서 장기 기억으로 전환해야 머리에 저장되는 데, 알코올이 이를 방해함으로써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로키비츠 박사는 “술에 취한 사람은 의식을 갖고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한다. 하지만 뇌가 그 정보를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해당 음주 행위와 관련된 일부 또는 모든 세부사항을 기억하지 못 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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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로 인한 블랙아웃은 짧은 시간동안 많은 양의 술을 마셔 혈중 알코올 농도가 급격히 상승할 때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혈중 알코올 농도가 운전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0.08%의 두 배인 0.16%에 도달하면 블랙아웃이 시작되는 경우가 흔하다. 술에 취한 모든 사람이 블랙아웃을 겪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블랙아웃과 기절을 종종 같은 의미로 사용하지만 이는 서로 다른 개념이다. 기절을 하는 사람은 의식을 잃거나 잠이 드는 반면, 블랙아웃이 된 사람은 깨어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로키비츠 박사는 쉴 새 없이 술을 털어 넣는 폭음이나 벌칙으로 한꺼번에 많은 양을 들이키는 음주 게임을 하면 블랙아웃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공복에 술을 마시는 것도 블랙아웃 위험을 높인다.
로키비츠 박사와 동료들은 ‘알코올 섭취가 젊은 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국가 연구에 참여한 12세에서 24세 사이의 청소년과 청년들을 6년간 추적 관찰했다. 이들은 발달기의 중요한 시기에 알코올로 인한 기억상실을 겪으면 뇌 구조, 특히 기억 및 안면 인식과 관련된 영영의 중요한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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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알코올 관련 블랙아웃이 시각 학습과 기억에 관여하는 뇌 영역의 구조적 성숙을 약화하며, 발달기 막바지에 인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현실 세계에선 (블랙아웃이 누적 돼 인지 능력이 저하된 경우)학교나 직장에서 예상보다 낮은 성과를 보이거나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지 못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이날 열린 알코올 의존증 연구협회(RSA) 연례회의에서 발표됐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