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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부적절한 편지 교환?… 신임 교총 회장, 징계 전력 논란

입력 | 2024-06-25 16:25:00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 (교총 제공)

박정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신임 회장이 2013년 인천국제고 근무 당시 특정 여학생에게 “당장이라도 안아주고 싶었어”, “사랑하고 또 사랑해” 등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박 회장은 앞서 해당 여학생에게 “차에서 네 향기가 난다”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보냈고, 이 일로 견책 처분을 받고 전근 갔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는데 추가 편지 내용까지 드러난 것이다.

당시 인천시교육청의 정확한 징계 사유는 ‘제자와 부적절한 편지 교환’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한 언론에 공개된 박 회장의 과거 편지 사본에는 “점호가 진행되는 동안 당신이 늘 오는 시간에 엄청 떨렸어”, “주변에 있는 다른 애들이 전부 소거된 채 당신만 보이더라”고 적혀 있었다. 여기서 ‘당신’은 해당 여학생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편지에는 “당신을 떠올리고 사랑하고 있어요”,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깊이 사랑합니다” 등의 내용도 있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보낸 편지라고 보기에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본보는 사실 확인을 위해 박 회장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하지만 교총 관계자는 부인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도 내용을 반박하라고 주문하지 않았다고 한다.

동아일보가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인천시교육청 ‘2012~2014년 교원 징계 처분 현황’에 따르면, 박 회장의 당시 징계 사유는 ‘제자와의 부적절한 편지 교환’이었다.

박 회장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품위유지 위반 견책 징계를 받았다”고 했는데, 징계 사유는 이보다 더 구체적이었다.

박 회장의 편지, 쪽지를 받았던 학생은 최상위권 대학 진학을 노릴 정도로 우등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총 회원 일부와 조국혁신당 등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건을 ‘성 비위’로 규정하며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박 회장은 “올해 초 사면을 받았는데 성 비위는 사면에서 제외된다”고 소명했다. 교총도 박 회장이 교총 회장 선거에 출마한 것은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교총 회원 게시판에는 “박 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교총을 탈퇴하겠다”는 취지의 글이 수십 개 올라와있다. 일부는 이미 탈퇴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의원도 “당장 성비위 의혹 사건을 밝히고 스스로 거취를 정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박 회장이 재직했던 인천 부원여중은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학부모들 항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

부원여중은 올해 박 회장을 학생생활지도 등 업무로 초빙했는데, 박 회장이 교총 회장에 당선되면서 4개월 만에 업무 공백이 생기게 됐다.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박 회장은 아직 본인의 거취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는 회장직 수행을 위해 필요한 파견 신청은 인천교육청에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교사는 “박 회장은 부인도 교사고, 자녀도 있는데 도덕적이지 못했다. 이런 정도의 흠결이 있는 사람이 어떻게 교원단체를 대표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