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전 가장 먼저 “이제는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나 의원은 이날 보수 성향 단체 ‘새로운미래준비위원회’ 세미나 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될 수밖에 없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는 경우 미국의 (대북) 태도도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자체 핵무장론을 밝혔다. ‘보수 정통성’을 내세운 나 의원이 핵무장론을 이슈로 던져 보수층을 껴안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북한-러시아 군사동맹 강화로 자체 핵무장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 심정에는 충분히 동의한다”면서도 “지금은 핵무장에 앞서 ‘워싱턴 선언’의 실효성 확보를 통해 대북 핵 억제력을 강화할 때”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성과 중 하나인 워싱턴 선언을 언급하면서 ‘친윤’(친윤석열) 후보임을 부각한 셈이다.
나 의원은 이날 오후 한 전 위원장과 원 전 장관을 겨냥해 “‘안이하다’는 평가가 나올 법하다.
나약한 사고방식을 깨야 한다”며 “미국 정치권에서도 한국 핵무장론은 더 이상 금기어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여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핵무장론이 이슈로 떠오른 것은 최근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와 북-러 간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 등으로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와도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조야(朝野)는 물론이고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한국의 핵무장론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어 안보 상황을 우려하는 보수층 결집을 위한 메시지라는 것이다.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24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행동이 역내 국가들이 자국의 모든 군사 및 기타 조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데 동의한다”며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이 커지고 있다는 전문가 진단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