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삽 뜬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현재 국내 격납고 3곳서 종합정비까지 수행 대한항공 “세계 12개국 항공기 정비 인가받아”
영종대교를 따라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길목인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 대한항공이 자회사 아이에이티와 함께 2016년부터 운영 중인 민간 항공기 엔진 시험 시설(Engine Test Cell·이하 ETC) 옆에선 연면적 14만200㎡ 규모의 ‘대한항공 신 엔진 정비 공장’ 조성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곳은 2027년 문을 열면 아시아 최대의 항공 정비 공장이 될 전망이다.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의 기공식 이후 대한항공의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대한항공 신 엔진정비공장 기공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주요 관계자들이 첫 삽을 뜨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 인천·김포·부산에 격납고…경정비부터 엔진 정비까지
서울 김포공항 인근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격납고. 대한항공 제공
인천 격납고는 보잉 747 항공기 2대 이상을 동시 수용할 수 있다. 중·대형기 정비에 특화되어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김포 격납고는 중·소형기 정비에 특화된 곳이다. 김해국제공항 인근에 있는 부산 격납고는 기체 정비에 특화돼 있으며, 항공기에 옷을 입히는 페인팅 작업을 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23년 연속 인명(人命) 무사고 운항을 이어오는 배경에도 탄탄한 정비 역량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본사 내부에 정비본부를 두고 MRO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긴급 상황에서도 정비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성 높은 항공기 엔진 MRO 사업…해외 의존도 낮춰야
대한항공은 MRO 사업 가운데 항공기 엔진 정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사 일부와 미국 델타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항공기 엔진 수리도 수주했다. 항공 운항에서는 라이벌 관계지만 MRO와 관련해서는 대한항공의 고객인 셈이다.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프랫앤휘트니(PW)와 제너럴일렉트릭(GE)도 대한항공에 일부 엔진 정비를 맡긴다. 대한항공은 한국과 미국 연방항공청(FAA), 유럽 항공안전청(EASA), 중국 민용항공국(CAAC) 등 국내외 관계 당국 12곳으로부터 해당 국가의 항공기와 엔진, 부품을 정비할 수 있는 인가를 받았다.
인천 영종도 대한항공 엔진테스트셀(ETC)에서 항공기 엔진을 정비하는 모습.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이 수주 물량을 늘리면 국내 항공 MRO 정비의 해외 의존도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항공 MRO 전체 물량의 절반 가량(2020년 기준 약 1조7000억 원 상당)이 해외 유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도 2025년까지 국내 항공 MRO 물량의 70%를 국내에서 처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기술력 앞세워 ‘통합 시너지’ 주목
이는 PW사 엔진 정비 네트워크에 가입했다는 뜻으로 그만큼 대한항공의 정비 기술력을 높게 인정했다는 뜻이다. 현재 GTF 엔진 정비 네트워크에는 미국 델타, 독일 루프트한자 테크닉 등 해외 주력 항공사와 MRO 기업들이 참여한다. 대한항공은 2023년 10월 GTF 엔진 초도 물량을 입고해 본격적인 정비를 시작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한 이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분야도 MRO 사업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 에어서울, 에어부산의 항공 정비 물량까지 흡수할 경우 큰 폭의 성장을 할 수 있다. 또 양사 정비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앞으로 항공 엔진 MRO 산업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안전한 항공기 운항으로 고객들이 믿고 탈 수 있는 항공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