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위 찍은뒤 다시 3위로 떨어져 어제 6.7% 하락 2080억달러 날아가 슈퍼마이크로-델 등도 동반 급락 “정점 찍어” “조정뒤 상승” 갈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진격의 엔비디아가 ‘1일 천하’ 엔비디아로 내려앉았다.
18일(현지 시간)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를 뛰어넘어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찍은 지 하루 만에 주가가 급락한 엔비디아는 3거래일 만에 시가총액이 최고점 기준 5000억 달러(700조 원)가 날아갔다. 시총 순위도 3위로 떨어졌다.
특히 24일 뉴욕증시에선 주가가 6.7% 하락하며 이날 하루 만에 시총 2080억 달러가 사라졌다. 1년새 주가가 3배 이상 뛰어오르며 거침없이 질주하던 엔비디아에 제대로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엔비디아 주가가 하락할 때마다 고개를 들던 ‘인공지능(AI) 거품론’도 다시 불거지며 AI 관련주들은 전반적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주 대주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9500만 달러(약 1320억 원)어치 보유 주식을 매도했다는 소식이 일종의 경고음으로 작용했다. 3월에 이미 특정 가격이 되면 자동으로 지분을 매도하겠다고 증권거래위에 신고했던 거래였지만, 대주주의 대량 매도로 AI 거품 논란이 다시 일어나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는 분석이다. 최근 한 달 동안 40% 가까이 오른 주가가 부담스럽던 차에, 황 CEO의 매도가 불안감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트레이드네이션 수석 시장분석가인 데이비드 모리손은 “최근 급상승세를 보면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는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매도세는 다른 테크 기업으로 확산되면 (투자 심리가 떨어지는) 전염의 위험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날 한국 증시에선 엔비디아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소폭 상승하는 등 엔비디아의 하락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거품이다” vs “계속 오른다”
하이타워의 스테퍼니 링크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파티가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엔비디아 주식이 ‘과잉 사랑’을 받긴 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2000년 닷컴 버블 당시 가파르게 주가가 올랐던 시스코가 시총 1위를 터치하자마자 이듬해 80% 폭락했다”며 “엔비디아가 시스코의 길을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반면 블레인 커티스 제프리스 분석가는 “엔비디아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생태계를 통제하고 있다”며 “현재 새로운 세대의 주기로 바뀌면 엔비디아의 오름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주가 상승을 내다봤다.
시장은 미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의 26일 실적 발표를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론이 고대역폭메모리(HBM) 납품으로 AI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다면, 시장의 AI에 대한 전반적인 우려가 다시 바뀔 수도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