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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근대 의료의 시작 ‘제중원’ 복원

입력 | 2024-06-26 03:00:00

영남지역 최초 서양 근대식 진료소… 천연두 예방접종-말라리아 퇴치
계명대 동산의료원 개원 기념 사업
청라언덕에 125년 전 모습 재현
“설립-개척 정신 계승하고자 추진”



14일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청라언덕에서 참석자들이 옛 모습을 재현한 제중원을 제막하고 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계명대 동산의료원이 최근 125년 전 병원의 전신인 ‘제중원(濟衆院)’을 준공했다.

제중원 원형 재현 사업은 동산의료원 개원 125주년 기념 사업 가운데 하나다. 1899년 영남지역 최초의 서양 근대식 진료소 제중원의 모습을 재현해 의료원의 설립 및 개척 정신을 계승하고 대구 근대 의료 역사의 현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추진했다.

재현한 제중원은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청라언덕에 있다. 당시 모습 그대로 약제실과 수술실, 진료실, 창고를 복원했다. 제중원은 ‘고통받는 민중을 구제하고 치료하는 집’을 뜻한다. 1899년 미국인 의료선교사 우드브리지 존슨(1869∼1951)이 작은 초가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그는 ‘미국 약방’이란 이름으로 약을 나눠줬고, 본격적으로 진료 활동을 시작하며 제중원 족자를 내걸었다고 한다.

원형을 복원한 제중원 모습.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제중원은 대구 근대 의료 역사의 시작이었다. 당시 사회, 경제, 문화, 교육 등 다방면에서 근대화의 물결을 일으켰다. 그때 조선 후기 한의학으로 명성이 났던 대구였지만 외과적 수술이나 감염병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제중원은 개원 후 이듬해 여름까지 반년여 동안 약 17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 가운데 800명은 새로운 환자였고 50차례의 수술과 80차례의 왕진도 있었다. 1901∼1902년에 진료 환자 수는 2000명에 달했다.

제중원은 1899년부터 1910년 사이 제왕절개 수술에 성공하고 나병 치료를 시작하는 등 근대 의술을 시행했다. 또 제중원에 근무하던 청년에게 의학 교육을 시작했다. 대구 최초의 사과나무를 심어 대구가 경제로 발돋움하도록 뒷받침했다. 질병 치유와 복음 전파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경제적인 삶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중원의 가장 큰 업적 가운데 하나는 천연두 예방접종과 말라리아 치료제의 대량 보급에 앞장선 것이다. 존슨 원장은 천연두 예방주사 약을 미국에서 대량 주문해 저렴하게 보급해 영아 사망률을 낮췄다. 또 말라리아 특효약으로 불리던 키니네를 함께 판매해 보급하는 등 말라리아 퇴치에도 힘을 쏟았다.

이달 14일 열린 봉헌식에는 김남석 학교법인 계명대 이사장과 신일희 계명대 총장, 조치흠 계명대 동산의료원장 등 내빈과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 류규하 대구 중구청장, 강병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장 등 많은 외빈이 함께 제중원 원형 재현을 축하했다.

조 원장은 봉헌사에서 “제중원의 의료선교사들은 가장 낮은 곳에서 나눔과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의 개척정신과 희생이 담겨 있는 제중원의 설립 정신을 계승해 나가 더욱 위대한 미래를 준비하고 더 높이 도약할 것을 다짐한다”고 말했다. 신 총장은 “나라의 위기 때마다 동산의료원이 몸소 나섰던 그 정신은 헌신과 봉사, 나눔이었으며 그 모든 정신의 초석이 제중원의 정신”이라며 “제중원은 지금도 계명을 이끄는 면면한 힘이고 정신이며 우리의 길이고 소명”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축사에서 “정신과 가치를 보존하는 제중원 원형 재현을 위해 노력한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 제중원의 개척정신과 헌신의 자세를 바탕으로 대구 의료계 모두가 기술력, 열정을 더욱 펼쳐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경제부시장은 “동산의료원이 코로나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였던 것은 제중원의 정신, 전통, 가치 등을 잘 보여준 것”이라며 “의료계가 이번 제중원 원형 재현처럼 그 정신과 가치를 다시 돌이켜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