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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장학금 주려고 짬짬이 폐지 모았죠”

입력 | 2024-06-26 03:00:00

조선대 환경미화원들, 세 번째 기부
형편 어려운 학생에 꿈 심어주고자
재활용품 모아 팔며 2000만 원 적립
대학, 개교기념식서 감사패 전하기로



18일 조선대 청출어룸에서 열린 환경미화원 발전기금 기부식에서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선대 환경미화원들은 지금까지 6000만 원을 대학 발전기금과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조선대 제공



대학에서 청소 일을 하는 그들에겐 몇 년 전부터 작은 소망이 하나 있었다. 다들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가정의 대학생들에게 꿈과 용기를 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틈 나는 대로 버려진 폐지, 음료 캔 등 재활용품을 모았고, 매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장학금으로 차곡차곡 적립했다. 그렇게 3년 동안 2000만 원을 모아 대학본부를 찾아갔다. “작은 성의지만 큰마음으로 모았으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쓰였으면 좋겠다”며 땀과 정성으로 마련한 통장을 내밀었다.

최근 조선대 청출어룸에서는 환경미화원 발전기금(장학금) 기탁식이 열렸다. 환경미화원들은 민노총 광주지역일반노동조합 조선대 지회 소속 조합원들. 조선대와 계약을 맺은 용역업체 소속으로 총 94명이다.

조합원들의 장학금 기탁은 2018년과 2021년에 이어 세 번째로 누적 금액이 6000만 원이다. 2018년에는 2000만 원을 발전기금으로 기탁했고, 2021년에는 20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내놔 20명에게 100만 원씩 전달됐다.

조선대 지회는 2013년 설립됐다. 조합원들이 아름다운 선행에 나선 것은 “우리도 학생들에게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였다. 그래서 시작한 게 재활용품 수집이다. 건물별로 청소 과정에서 나오는 재활용품을 따로 모았다가 매달 재활용 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수익금을 모았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근무하면서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을 이용해 재활용품을 분류했다고 한다.

김은경 노조 지회장(54·여)은 “짬짬이 시간을 내야 하고 손도 많이 갔지만 쌓여가는 장학금을 보면서 힘든 것도 잊을 수 있었다”며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건넬 때마다 큰 힘이 됐고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떡 선물을 보내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또 “올해 17명이 만 66세가 돼 정년퇴직을 하는데 마지막으로 뜻깊은 일을 하고 떠나게 됐다며 좋아한다”며 “연말에는 수익금으로 불우이웃 돕기도 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평소 학생들이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일하시는데 장학금까지 마련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면서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소중한 장학금인 만큼 사회에 보답하는 따뜻한 인재를 육성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조선대는 9월 개교기념식에서 지회에 감사패를 전달하기로 했다. 위성옥 조선대 대외협력부처장은 “이분들의 선행이 빛나고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장학금 이름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