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공동 캠페인 부산 영주동 글마루작은도서관 습작 위해 책 읽기 늘고 이용객 북적 “도서관 활기 불어넣어준 효자 수업”
21일 오전 부산 중구 동영로 글마루작은도서관에서 수강생들이 동화 창작 수업을 듣고 있다. 수강생들은 동화를 쓰면서 동심을 되찾고,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자주 대출해 읽는 등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제공
“주인공 파랑이는 씩씩하고 예의 바르고, 질서를 지키는 반장 스타일이에요.”
21일 오전 부산 중구 동영로 글마루작은도서관의 한 강의실. 매달 첫째 셋째 주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동화 작가와 함께 동화 쓰기’ 수업이 한창이었다. 수강생 정연심 씨(67)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자신이 쓴 동화 ‘파랑이 꿈’에 대해 설명했다. 정 씨의 발표가 끝나자 이번엔 강사인 동화 작가 안덕자 씨가 나섰다. 그는 “캐릭터 이름을 생동감 있게 잘 지었다”며 정 씨를 한껏 칭찬하면서도 “주인공의 성격이 너무 많아 (내용이) 복잡해졌다”는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이날 정 씨를 비롯한 수강생 11명은 각자 써온 동화를 분석하고 감상평을 교환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다 2021년 은퇴한 정 씨는 “동화 구연 자원봉사를 하다 동화 창작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수업을 통해 늦은 나이지만 동화를 직접 쓰면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내성적이던 성격도 밝게 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강생 안진희 씨(47)는 열세 살 아들을 위해 동화 ‘별을 먹는 아이’를 지었다고 했다. 주인공 승우는 처음에 숫기 없는 성격 탓에 친구들에게 할 말을 제대로 못 하지만, 달 옆의 반짝이는 별을 먹으면서 용기를 얻는다. 안 씨는 “숫기 없는 아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지어 본 동화”라며 “아들에게 읽어주면서 대화도 늘고 즐거운 일이 많아졌다”며 웃었다.
연면적 198.85㎡ 규모로 1만2300여 권의 책을 보유 중인 글마루작은도서관은 인구가 1만여 명에 불과한 ‘영주동’에 위치해 있다. 노년층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보니 어린이, 청소년 등의 문화공간이 다소 부족했다. 하지만 글마루작은도서관이 들어서면서 동네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도서관을 위탁 운영하는 부산어린이어깨동무의 임윤지 사서는 “학생들을 비롯해 아이를 둔 어머니, 젊은 직장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며 “어느새 도서관이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부산=사지원 기자 4g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