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미복귀 전공의 대책 발표 “복귀하든 사직하든 결정 내려달라” 이달 말까지 병원현장 안정화 주문 가톨릭대-성균관대 의대 휴진 유예
정부가 병원에 복귀하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뿐 아니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도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안 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다음 주 미복귀 전공의 대책을 발표하고 “복귀하든 사직하든 이젠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복귀든 사직이든 결정이 나야 수련병원이 하반기(7∼12월)에 전공의 추가 모집 등 의료 공백 관련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 전공의 10명 중 9명은 복귀-사직 안 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모두발언에서 “대다수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 있고 대화에도 참여하지 않으려 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수련병원은 최선을 다해 설득하고 복귀가 어려운 전공의는 조속히 사직 처리해 이달 말까지 병원 현장을 안정화시켜 달라”고 했다.
결국 전공의 10명 중 9명 이상이 공식적으로는 병원 소속이지만 근무는 안 하는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수련병원 입장에서도 복귀나 사직이 결정돼야 결원 규모를 파악하고 충원해 9월 1일부터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전공의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교수 등의 피로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복귀 전공의와 미복귀 전공의 처분에 차이를 둬야 복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정부의 예상이 결과적으로 어긋나면서 정부는 최근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도 복귀 전공의와 동일하게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안 하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한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이 21일 무기한 휴진을 철회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또 수련규정 완화 등 전공의 복귀를 위한 추가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1년 내 같은 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 지금 사직해도 빨라야 내년 9월이나 2026년 3월에 수련을 재개해야 하기 때문에 총 2년의 공백기가 생기는 것이다. 정부는 수련규정을 고쳐 9월이나 내년 3월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사직 시점을 6월이 아니라 사직서를 처음 낸 2월로 해 달라는 전공의들의 요청도 받아들일지 논의하고 있다.
● 가톨릭대-성균관대도 “휴진 유예”
서울성모병원 등 8개 병원을 산하에 둔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회를 마친 후 “21∼24일 진행한 설문 결과 휴진보다 진료 축소 형태로 환자 불편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70%에 달했다”며 “무기한 휴진 시작은 유예하되 다양한 형태로 잘못된 정부 정책에 대한 항의와 저항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5대 대형병원 중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힌 곳은 세브란스병원을 산하에 둔 연세대 의대와 서울아산병원을 산하에 둔 울산대 의대다. 이들 대학도 내부에선 ‘전면 휴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세대 의대 산하 병원장 4명은 이날 “집단 휴진은 우리의 가치에 반하고 해선 안 될 선택”이라는 공개 서한을 교수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는 25일 오후 총회를 열고 무기한 휴진을 일시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