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로댐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오는 27일 예정인 미 대선 첫 TV 토론회를 앞두고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임 중 실적을 강하게 어필하라고 조언했다.
힐러리는 26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와의 토론에서는 본질에 집중하는 것의 불가능하다”며 “일반적인 토론에서처럼 트럼프의 주장을 반박하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했다.
같은 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의 공격에 말려들지 말고 단호하게 대처하되, 자신의 재임 중 실적과 향후 정책 비전 등 시청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는 게 힐러리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 조언이다.
당시 세 차례의 대선 TV 토론에서 트럼프가 사회자의 진행을 방해하고, 모욕적인 언사와 거짓말을 쏟아냈다고 힐러리는 적었다.
그러면서 8400만 명의 기록적인 첫 TV 토론회 시청자를 포함해 국가를 위한 우리의 비전을 궁금해 한 유권자들에게 (트럼프가) 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힐러리는 “트럼프는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시작해 횡설수설한다”며 “이는 최근 몇 년 사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가 낙태 금지, 부자 감세, 환경 규제 폐기를 댓가로 석유 회사에 기부금을 요구한 것 등 자신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이슈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기 위해 고함치거나 헛소리를 지껄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바이든은 지금까지 1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가계 소득을 증대했으며, 물가 상승을 둔화케 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 및 첨단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는 등 역사적인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도 미국의 회복을 이끌었다”라며 “이 같은 내용이 (토론회에서) 잘 전달된다면, 바이든은 이길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힐러리는 그러면서 TV 대선 토론회를 시청할 유권자들에게도 세 가지 사안을 주목해 봐달라고 당부했다.
먼저 트럼프가 정책뿐 아니라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유심히 봐달라고 힐러리는 호소했다.
그는 2016년 대선 세 번째 토론회에서 트럼프가 낙태를 허용한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을 대법관을 임명하겠다고 했다는 점을 상기했다.
이어 “트럼프는 강간을 당한 후 강제로 아이를 임신한 미시시피의 12세 소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 그 소녀는 주 정부의 엄격한 낙태 금지 때문에 신생아와 함께 7학년을 시작했다”며 “루이니애나에서 낙태를 할 수 없는 어린 소녀가 곰 인형을 껴안고 진통에 들어간 것도 트럼프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힐러리는 “바이든은 우리 역사상 가장 공감 능력이 뛰어난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며 “그가 여성의 권리 일하는 가정의 어려움, 유색인종을 위한 기회,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우크라이나 남성과 여성의 용기에 얼마나 진솔하게 이야기하는지 들어보라. 트럼프는 자기 자신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비교했다.
두 번째로 힐러리는 트럼프의 허풍을 꿰뚫어 보고 당면한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달라고 했다.
트럼프가 인플레이션에 대해 바이든을 비난하지만, 정작 자신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질문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하는 태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 힐러리는 “슈러리치를 위한 감세, 건강보험개혁 폐지, 수백만 명의 노동자 추방, 일상용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 부과 등 트럼프 제안이 인플레이션을 악화하고 미국 가계의 비용을 높이며, 경기 침체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힐러리는 “두 후보를 나란히 놓고 이번 선거의 진정한 선택에 대해 생각해 보라”며 “이는 혼돈과 유능함 사이의 선택”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는 복수를 위해 출마한 범죄자와 미국 국민을 위해 성과를 내는 대통령 사이의 선거이다. 토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누구를 선택할지는 쉽다”면서 바이든에 대한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