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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사람의 ‘만성적 외로움’, 이렇게 위험할 줄은…

입력 | 2024-06-26 14:16:00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뇌졸중은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의 마비, 언어 장애, 호흡 곤란 따위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국내에서 매년 10만 명 이상이 발생한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장질환, 부정맥 등이 원인 질환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하나를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만성적인 외로움이 노인들의 뇌졸중 위험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50세 이상 성인 중 만성적으로 외로움을 경험한 사람들이 일관되게 외롭지 않다고 밝힌 사람들보다 뇌졸중 위험이 56%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외로움이 건강, 웰빙 및 발달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글로벌 건강 문제 중 하나라고 밝혔다. 미국 공중보건국장은 외로움의 사망 효과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외로움은 점점 더 중요한 공중 보건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우리의 연구 결과는 그 이유를 더욱 강조한다. 특히 만성적으로 경험할 때 외로움이 뇌졸중 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연구는 시사한다. 뇌졸중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장기적인 장애와 사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라고 미국 하버드 T.H.챈 공중보건대학원(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의 연구원인 예니 소(Yenee Soh) 박사가 말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의 온라인 임상의학 전문지 ‘e임상의학’(eClinicalMedicine)에 24일(현지시각) 게재 됐다.

외로움이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는 있었다. 하지만 뇌졸중 위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 다룬 것은 거의 없다. 이번 연구는 외로움의 변화와 뇌졸중 위험간의 연관성을 시간에 따라 조사한 최초의 연구로 여겨진다.

NBC뉴스, 가디언, 하버드 가제트(교내 신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연구자들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이뤄진 미시간 대학교의 ‘건강과 은퇴 연구’의 데이터를 사용했다.

연구진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에 뇌졸중을 앓은 적이 없는 50세 이상인 1만2000여 명에게 외로움에 관해 질문했다. 4년 후, 연구 대상으로 남아있던 약 9000명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졌다. 두 시점의 답변을 기준으로 사람들을 4개 무리로 분류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처음과 추후 조사에서 일관되게 외로움 점수가 낮은 ‘항상 낮은 그룹’, 처음엔 점수가 높았지만 이후 낮은 점수를 받은 ‘해소된 그룹’, 처음엔 점수가 낮았지만 이후 조사에서 점수가 높아진 ‘최근에 시작된 그룹’, 처음과 추후 조사에서 모두 외로움 점수가 높은 ‘항상 높은 그룹’. 이후 2018년까지 이들을 추적 관찰했다.

연구진은 외로움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별개의 요인인 사회적 고립이나 우울 증상과 같은 요인을 통제한 후, 연구 시작 시점에 외롭다고 느낀 사람들이 외롭지 않다고 한 사람들보다 뇌졸중 위험이 25%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항상 높은 그룹’에 속한 이들은 ‘항상 낮은 그룹’에 비해 뇌졸중 위험이 56% 더 높았다.

외로움이 해소되거나 최근에 시작된 참가자들은 뚜렷한 뇌졸중 위험 증가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외로움이 뇌졸중에 미치는 영향은 장기적임을 시사한다.

“반복적인 외로움 평가는 만성적으로 외로운 사람들을 식별하고, 그들이 더 높은 뇌졸중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소 박사는 말했다. 또한 사회적 고립을 기준으로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시적, 거시적 차원에서 외로움을 해결하지 못 하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중·노년을 대상으로 조사해 얻은 이번 연구 결과를 젊은 사람들에게 까지 확대해 일반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