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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압박에… 대만-英 우호도시 협약 무산

입력 | 2024-06-27 03:00:00

‘유학비자 중단’ 등 협박하며 훼방
가오슝-에든버러 지자체 교류 막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市)와 대만 가오슝시가 추진하던 자매결연이 중국의 저지로 끝내 무산됐다. 중국 측이 “유학생과 관광객 발길을 끊겠다”며 압박한 것이 먹혔다. 대만의 외교적 고립을 추구하는 중국이 중국인 네트워크가 해당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무기 삼아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교류까지 막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에든버러 시의회는 25일 “가오슝 시의회와 2022년부터 추진해 왔던 우호도시 협약 체결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자매도시 협력을 맺으려던 양측은 우호협력으로 한 단계 낮춰서 체결을 시도했지만 이마저 무산됐다. 통상 시정부가 업무협약(MOU) 형태로 맺는 우호협력은 시의회 의결을 거치는 자매협력보다 낮은 단계의 결연으로 본다.

결정적 원인은 에든버러대를 비롯해 공항과 상공회의소, 관광업계 등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만과 낮은 수준의 외교마저도 중국이 압박을 가한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현지에선 중국 외교관들이 전면적으로 나서 협약을 훼방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BBC방송에 따르면 중국 외교관들은 주요 정·재계 인사를 직접 찾아가 협약 체결 움직임에 항의했다고 한다.

지역 일간 에든버러뉴스는 특히 “중국의 ‘유학비자 중단’ 카드가 위협적이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기준 에든버러대 중국인 재학생은 9080명(18.3%)으로 외국 유학생 1위다. BBC는 “에든버러를 주도로 둔 스코틀랜드는 고등교육 분야의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