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제는 OUT!] 눈-말초혈관 질환 2가지 추가… 12월 23일부터 새 그림 교체 한국, 경고 면적 OECD 하위권… 해외는 포장 디자인도 최소화 청소년 파고든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 근거 없어 관련법 마련해야
게티이미지코리아
담뱃갑에 그려진 경고 그림과 문구가 12월 23일부터 흡연의 위험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방향으로 바뀐다. 하지만 여전히 해외 주요국에 비해 경고 그림 및 문구의 비중이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실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 경각심 높이려 2년마다 교체
한층 강력해지는 ‘금연 경고’ 보건복지부는 12월 23일부터 적용될 새로운 담뱃갑 경고 디자인을 21일 공개했다. 눈 질환(위 사진)과 말초혈관 질환 등 병변 사진이 두 가지 추가됐고, 기존에 사용되던 병변 사진도 대부분 새 사진으로 교체됐다. 보건복지부 제공
경고 문구는 ‘폐암’, ‘심장병’ 같은 단어 표기를 ‘폐암으로 가는 길’, ‘심장마비로 가는 길’ 등의 문장형으로 바꿔 가독성을 높였다. 일부 액상형 및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니코틴 중독, 발암물질 노출!’이란 기존 문구를 그대로 유지하되 그림 종류를 2가지로 늘렸다.
이번 경고 그림과 문구는 국내외 연구 결과와 사례 분석을 통해 만든 초안을 대상으로 성인 및 청소년 2100여 명 조사를 거쳐 확정했다.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경고 그림 및 문구 교체는 익숙함을 방지하면서 동시에 흡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 한국 담뱃갑 건강 경고 최하위권
2001년 캐나다에서 시작된 담뱃갑 건강 경고 표시 제도는 2022년 기준으로 세계 134개국에서 시행 중이다. 한국은 도입 8년째지만 그림 표시 면적은 주요국 중 최하위권으로 분류된다.
복지부는 경고 표시 면적을 확대하고 무광고 표준 담뱃갑, 이른바 ‘플레인 패키징’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시판 중인 담배들이 알록달록한 포장을 사용하며 ‘덜 해로운 것’이란 인상을 주고, 청소년과 비흡연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담뱃갑 디자인을 무채색으로 통일하고 제품명만 표기하는 표준 담뱃갑 제도는 2012년 호주를 시작으로 전 세계 21개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표준 담뱃갑을 적용하면 건강 경고가 더 부각돼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각지대
궐련 담배는 그나마 경고 그림과 문구가 제대로 들어가 있는 편이다. 청소년과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 중인 액상형 전자담배는 사실상 건강경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담뱃갑 경고 그림과 문구는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규정된 제품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현행법은 ‘연초의 잎’으로 만든 제품만 담배로 규정하고 있어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니다.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전자담배 액상 제품에 경고 그림이 붙어 있지 않은 건 이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합성 니코틴으로 만든 제품도 담배로 정의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담뱃잎을 활용한 일부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경고 그림과 문구가 붙지만 이 또한 한계가 명확하다. 한 갑을 사면 내용물을 전부 소비할 때까지 담뱃갑을 들고 다녀야 하는 궐련이나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액상형은 개봉 직후 포장재를 버리면 건강 경고를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전자담배의 경우 포장지뿐 아니라 흡입을 위해 사용되는 기기 자체에 경고 그림이나 문구를 삽입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