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유산硏 발굴현장 가보니 오랜 선박의 노-닻 추정되는 목재 건져 中과 교역 많던 곳… 2021년부터 발굴 청동기 간돌검-삼국시대 토기 등 출토… 1.2%만 탐사 마쳐 추가발굴 가능성 커
26일 오전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의 바지선 위에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정헌 학예연구사가 바닷속 잠수사들과 소통하고 있다. 정 연구사 왼쪽 영상 컨트롤러에는 잠수사 머리 위의 카메라로 비치는 수중 영상이 전송되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26일 오전 11시 29분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역. 바다 위 바지선에 올라탄 연구소 관계자들이 분주해졌다. 잠수사가 수심 4m 깊이의 바닷속에서 “목재 발견”이라고 외치는 음성이 바다 위 정박된 바지선의 수중 영상 컨트롤러를 통해 들려왔기 때문. 컨트롤러를 조작하던 학예연구사는 곧바로 “인양하세요”라고 답했다. 잠수사 머리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컨트롤러로 전송된 영상에선 갯벌에 잠긴 목재 일부가 선명하게 보였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고군산군도 해역 수중발굴조사 현장을 26일 찾았다. 올해 4월 재개된 현장 발굴은 10월까지 진행되는데, 이날 현장은 한낮 뙤약볕만큼 조사 열기가 뜨거웠다.
잠시 뒤 발굴된 목재가 인양판 위에 올라왔고 밧줄로 고정됐다. 1.5m 길이의 목재는 바닷속에 오래 있었던 탓인지 군데군데 개흙과 따개비가 붙어 있었고, 곳곳에 벌레 먹은 구멍이 나 있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이규훈 수중발굴과장은 “목재는 선박 부속구인 노 아니면 닻으로 추정된다”며 “연구소로 가져가 보존 처리를 한 뒤 정밀 조사를 하면 형성 연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목재와 그릇 밑받침, 사슴뿔 등이 함께 발견됐다.
국가유산청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2021년부터 지금까지 군산 선유도 해역에서 발굴된 유물 일부를 26일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 도기 등 폭넓은 시기의 유물이 발굴됐다. 중국 도자기도 나와 연구소는 난파된 중국 고선박이 이 해역에 매몰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유산청 제공
김태연 잠수사가 수중 발굴 조사를 위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모습. 국가유산청 제공
현재까지 조사가 완료된 면적은 2780㎡로 조사 대상 면적인 23만5000㎡의 1.2%에 불과하다. 연구소는 유물 발굴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집중적으로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 확인된 청동기시대 간돌검은 선유도 해역의 해상 활동이 선사시대부터 이뤄졌음을 알려주는 단서지만, 아직 하나밖에 발견되지 않았다. 또 남송대에 만들어진 백자비문접시 등 중국 도자들도 출토된 바 있어 이 해역에 난파된 중국 고선박이 매몰되어 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헌 학예연구사는 “차후 고선박 등이 발견되면 국제 교역의 실체 등 옛 역사에 한 발짝 더 접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