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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2000명 증원, 尹지시 아니냐” 복지장관 “내가 결정한 사항”

입력 | 2024-06-27 03:00:00

‘의대 증원-의료 공백’ 국회 청문회
曺 “넉달 넘게 갈줄 예상 못했다”… 野 “이천공 때문이냐” 의혹 제기
의협회장 ‘대국민사과 의향’ 묻자… “의료시스템 손댄 공무원 탓” 거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참석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왼쪽)이 인사하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노려보고 있다. 뉴시스



“모든 손가락이 용산 대통령실을 가리키고 있다.”(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의 타당성과 이에 따른 의료 공백의 책임을 다룬 국회 청문회가 26일 열렸다. 야당 의원들은 ‘2000명 증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국민의힘이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자 국면 전환용으로 대규모 의대 증원을 추진한 것 아니냐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제가 결정한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 “군사작전 하듯 증원, 대통령 뜻 아니냐”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복지부가 400, 500명 수준에서 논의하다 용산 (대통령실과의) 협의 과정에서 2000명까지 확대됐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그 배경으로) 역술인 이천공이 거론되기도 하고, 대통령의 격노 때문이란 소문도 파다하다”고 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군사작전 하듯 증원 규모를 발표한 건 대통령 뜻 아니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조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복지부가 낸) 숫자를 바꿨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2000명 증원은) 하루빨리 의사 수급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야당 의원들은 ‘2000명’이 결정된 시점도 캐물었다. 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의료개혁에 대해 복지부와 거의 매일 협의했고 매달 한두 번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났다”며 “증원 필요성에 대해선 지난해 11, 12월 복지부와 대통령실의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또 “(복지부로부터) 2000명 증원을 전달받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건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 직전이었다”며 “대통령이 격노한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서울고등법원이 판결문에서 ‘2000명이란 수치의 직접적 근거는 특별한 게 없다’고 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인 박주민 복지위원장은 자율 감축을 통해 의대 증원 규모를 1509명으로 줄인 걸 두고 “그렇게 오래 전문가들과 논의해 필요하다고 한 숫자를 2개월 만에 4분의 1을 확 줄이느냐. 비과학적이고 주먹구구”라고 지적했다.

● 의료 공백 ‘정부 책임론’… 의협 회장 막말도 논란


의료 공백에 대한 정부 책임론도 불거졌다. 조 장관은 “넉 달 넘게 의료 공백이 지속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국민과 환자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박 위원장은 “굉장히 나이브하게(안일하게) 예상하고 대비하신 것”이라며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걸 보여주는 한 예”라고 비판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죽어가고 있다”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니 복지부와 환자단체 간 1 대 1 전담관을 지정한다고 했는데 한 달 만에 엊그제 처음 연락 온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야당 의원들과 날 선 발언을 주고받았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의료 공백에 대해) 국민께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임 회장은 “멀쩡하게 잘 돌아가던 의료 시스템을 (손댄) 복지부 공무원들이 만든 사태”라며 사과를 거부했다. 또 무기한 휴진을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강선우 민주당 의원은 과거 의사가 환자를 성폭행한 사건을 두고 자신이 낸 논평에 대해 임 회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미친 여자’라고 했던 것을 거론하며 “하실 말씀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임 회장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 의원이 그 밖에 논란이 됐던 발언을 문제 삼자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박성민 기자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