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세브란스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 전광판에 ‘세브란스병원은 정상 진료 중입니다’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2024.6.26/뉴스1
“어머니 심장외과 진료가 오늘이었는데 취소됐어요.”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A 씨(50·여)는 “어머니가 심장판막 부정맥 때문에 치료받고 계시는데 열흘 전쯤 오늘 예약된 진료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A 씨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아무래도 어머니가 80대 고령이라 빨리 치료를 받으셔야 마음이 편한데 (취소돼서) 불만”이라며 “다시 예약을 잡아주긴 했는데 그게 보름 뒤”라고 했다.
뇌종양이 있는 30대 아들의 보호자로 온 김 모 씨(71·여)는 “(아들이) 뇌에 물혹이 생겼는데, 물혹만 제거하는 게 아니고 종양도 같이 제거해야 한다더라”며 “20일 전에 수술 날짜가 잡혔는데 뉴스에 오늘부터 병원이 휴진한다고 해서 수술이 취소될까 봐 엄청 불안했다. 다행히 연락이 와서 입원을 정상적으로 하게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위암으로 1년에 한 번씩 진료받으러 온다는 한 모 씨(54)는 떨리는 목소리로 “어제저녁에 정상 진료가 된다고 연락이 와서 부랴부랴 창원에서 올라왔다”며 “휴진한다는 소식 듣고 지난주에만 전화를 2~3번 했다. 직장에 연차도 내야 하고 지방에서 오니까 숙소도 잡아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은데 (휴진할까 봐)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연세 세브란스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2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2024.6.27/뉴스1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발견됐다. 채혈실 앞에서 만난 보호자 C 씨는 “며칠 전에 119 구급대로 여기 처음 왔는데 중증이 아니면 인력이 부족해서 응급실에 못 들어간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신촌연세병원 응급실로 전원 됐다가 거기서도 (진료를) 할 수 없다고 해서 어제 다시 이곳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신장 이식 때문에 청주에서부터 1년간 KTX로 병원을 오갔다는 환자 이 모 씨(60·여)는 “처음에는 의대가 준비가 안 됐는데 갑자기 증원 발표를 한 거라 (반발도) 이해가 갔다”면서도 “지금 의사들 하는 것 보면 국민 생명을 담보로 휴진하는 꼴인데 그러면 안 된다. 지방에서도 많이 올라오는데 그 먼 거리 고생해서 오는 환자한테 의사가 그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브란스병원 내 어린이병원에서 만난 40대 여성 보호자는 “저 개인적으로는 의사들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도 어린이들은 어른 환자보다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려는 것 같아서 그나마 안심인데 그래도 지난주부터 계속 마음 졸이고 불안했고, 걱정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성명서를 통해 정부가 의료대란과 의대 교육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를 할 때까지 이날부터 휴진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입원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 투석실 등 필수 유지 업무는 이어갈 방침이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실제 휴진에 참여하는 비율은 미미하고 진료에 차질이 없을 정도”라며 “일부만 휴진하고 수술방도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