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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1병, 펜 1개, 빈 메모지 1장 들고 단두대 매치” 美 대선 토론 5대 관전 포인트

입력 | 2024-06-27 15:18:00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첫 TV 토론회로 격돌한다. 올 1월 시작된 민주당과 공화당 경선에서 연승하며 일찌감치 ‘리턴매치’를 확정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TV토론에서 만나는 것은 2020년 대선 이후 4년만. 11월 열릴 대선을 130일 앞두고 여전히 오차범위 내의 초박빙 승부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토론 결과는 승부의 추를 기울일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⓵전례없는 토론 방식… 유불리는

이번 대선 TV토론은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열리는 토론이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9월 이후에 세 차례로 예정된 대선후보 토론 준비위원회 주관의 토론 대신 6월과 9일 두 차례 방송사 주관 토론을 갖자고 제안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전례 없는 방식의 TV토론을 갖게 된 것. 이에 따라 두 후보는 90분간 관객도 사전 연설문도, 준비된 자료도 없는 3무(無) 토론회를 갖게 됐다. 이는 2020년 첫 토론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0분 내내 바이든 대통령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자 “입 좀 닥쳐달라”고 발끈했던 바이든 대통령 측이 요구한 것.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특유의 공격적인 토론 방식에 대한 반감이 상쇄되면서 오히려 바이든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2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40%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는 바이든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⓶최대 리스크는 고령

이번 대선에선 81세인 바이든 대통령과 최근 78세 생일을 맞은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돼도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고령 리스크’는 조기 과열된 네거티브 공세의 단골 소재가 되는 등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로 불리는 올해 대선의 최대 변수다. 이에 따라 두 고령 대통령 후보가 치를 90분간의 TV 토론의 최대 승부처는 누가 실수하지 않느냐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우크라이나를 이라크로, 한국을 남미로 부르는 등 ‘실언 제조기’로 불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눈에 띄게 집중력을 잃는 모습을 보이면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뇌사상태의 좀비’ 등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 문제를 집중거론해온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 캠프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2시간가량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인 올 3월 국정연설 때의 모습을 재연하면 반전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질 바이든 여사의 비서를 지낸 마이클 라로사는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바이든 대통령의 민첩성과 신체적 표현, 받아치기 능력이 성패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⓷바이든과 트럼프의 급소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중간선거에서 ‘레드웨이브(공화당 압승)’을 막아 낸 낙태권 문제와 정치 보복 가능성 등을 집중 거론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민주주의 위협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사건으로 유죄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범죄자’로 부르는 등 사법리스크를 전면에 거론하느냐다. 바이든 캠프는 “이번 토론은 유죄평결을 받은 중죄인으로 보복을 예고한 트럼프와의 극명한 대조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유세에서 “4년 전보다 미국인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졌느냐”는 메시지를 집중적으로 띄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에서 물가와 불법이민 문제를 집중 거론하며 바이든 심판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⓸반등 노리는 바이든과 격차 벌리려는 트럼프

미국에선 이번 토론이 올해 대선의 판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현재 박빙의 승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가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결과를 좌우할 7개 경합주 중 5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토론 결과에 따라 지지율 쏠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P통신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바이든 대통령 지지자의 74%,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의 68%가 이번 토론이 선거에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정치평론가 밴 존스는 이날 CNN에서 “이번 토론이 선거를 결정지을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 후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민주당 전체가 패닉 상태에 빠져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⓹깜짝 외부 변수는

일각에선 예상치 못한 돌출 변수가 이번 토론 승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미 NBC 방송은 2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음달 열릴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러닝메이트를 발표할 것이라던 당초 계획을 바꿔 TV토론 전후 부통령 후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오디션식 경쟁으로 관심이 높아진 러닝메이트 공개를 TV토론의 주목도를 높이거나 악재를 가리는 히든카드로 쓸 수 있다는 것. 덕 버검 노스다코타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JD 밴스 상원의원 등 주요 부통령 후보들은 모두 TV토론장을 찾을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사법리스크의 핵심 변수 중 하나인 면책 특권 주장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판결도 이르면 27일 공개될 수 있다. 이 판결 결과에 따라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로 기소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재판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토론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지난달 미 대학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지원 반대 시위가 미국 사회를 뒤흔든 가운데 TV토론장 인근에서 가자전쟁 반대 시위도 잇따를 예정이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