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병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물병 브랜드 스탠리는 매고 다닐 수 있는 ‘크로스 바틀’까지 선보였다. 스탠리 제공
뉴욕에서 요가나 필라테스 클래스를 가끔 가면 늘 그들의 물병 크기에 놀라게 된다. 1리터가 넘는 생수병을 늘 이고 다니는 느낌이랄까. 카페에서도 자기 물병을 챙겨온 이들이 많다. 심지어 레스토랑에 망치처럼 생긴 커다란 물병을 들고 온 여성을 보기도 했다.
올해 1월 미국 대형마트 타깃에서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물병이 출시됐을 때는 마트 앞에 전날부터 긴 줄이 늘어서고, 미친 듯이 뛰어가 물병을 잡는 영상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었다. 무려 40oz(1.2리터)짜리 이 브랜드의 물병은 한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가(45달러)의 10배가 넘는 수십만 원 이상으로 몸값이 올랐다.
가방과 물병 색깔을 맞춘 10대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단순히 물병 자체가 인기 있다기보다 요가복 트렌드의 완성본처럼 하나의 ‘룩’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1020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틱톡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틈틈이 레몬 물을 먹는 건강한 여성상’을 상징하는 ‘클린 걸’ 트렌드가 확산돼 20대뿐 아니라 10대 청소년들도 프리미엄 물병과 요가복에 빠졌다는 설명이다. 짧은 동영상 세대인 이들은 물병, 요가복, 운동,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등 라이프스타일을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있고 물병은 이를 대변하는 상징인 셈이다.
알레산드라 씨는 “물을 많이 마신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물병도 점점 커져서 (1.2리터짜리) 스탠리 물병 유행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글레이디스 곤잘레즈 씨(26)도 기자에게 “물 마시기가 ‘웰니스’의 방식으로 자리를 잡아 물병을 들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 된 것”이라며 “환경을 생각하면서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 홀마트 매장에 진열된 갖가지 물병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뉴욕타임스(NYT)는 “물병이 패션 액세서리가 된 후 지위의 상징으로서 색깔, 옷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지가 중요해졌다”고 분석했다. 물병 인기가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올해 스타일은 물병의 해”라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