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유엔 연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아동·무력 분쟁’ 관련 유엔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공개 토의 중 발언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은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무력 분쟁에서 어린이는 가장 무고한 희생자”라고 말했다. 2024.06.27. 뉴욕=신화/뉴시스
“부모님과 함께 떠나며 불타는 마을을 목격하던 인간적인 고통은 지금까지도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80)이 5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토의에 참석해 자신이 어린 소년 시절 겪었던 6·25전쟁을 털어놨다. 그는 “죽음과 파괴 속에서 피난하며 트라우마를 경험했다”며 “전쟁과 분쟁이 일어나는 세계에서 아동들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6일(현지 시간) 안보리 연례 공개토의 ‘아동과 무력 분쟁(Children and Armed Conflict·CAAC)’에 참석한 반 전 총장은 자신의 경험담을 상기시키며 전쟁 중 벌어지는 아동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호소했다. 2019년 6월 이후 5년 만에 유엔 안보리 무대에 돌아온 반 전 총장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제안으로 창설된 국제사회 원로 그룹(디 엘더스·The elders) 부의장 자격으로 이날 토의에서 연설을 맡았다.
최근 신 냉전의 연장선으로 안보리가 교착 상태에 빠진 것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반 전 총장은 “평화 및 안전 수호라는 측면에서 안보리를 중심으로 두는 시스템은 낡고 비효율적”이라며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상임이사국이 1945년 부여된 거부권을 남용하면서, 안보리는 분쟁 앞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프랑스 영국 등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이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대북 제재 등에 대해 의견이 갈리며 효과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비판한 것이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