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서울 강남구 집 근처 대모산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그는 2021년 사이클을 타다 고관절이 골절돼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힘겨운 재활 끝에 지난해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철인3종 마니아 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명예교수(65)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던 2021년 사이클을 타다 넘어져 오른쪽 고관절이 골절됐다. 의사가 고관절 바로 밑이 골절돼 깁스를 할 경우 뼈가 괴사할 수 있다고 해 고관절까지 인공관절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힘겨운 재활 끝에 지난해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 사이클을 많이 탔죠. 코로나19 시절 비대면 스포츠로 사이클이 최고였죠. 어느 날 사이클을 타다 앞바퀴에 펑크가 났고 넘어지면서 다리가 비틀어져 고관절이 골절됐어요. 그런데 정형외과에선 수술하면 그걸로 끝이고 재활은 결국 제 몫이었죠. 국내에 제대로 재활시켜 주는 곳이 없었어요.”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200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100회 이상 뛰었고 100km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마라톤 완주는 물론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만 14회 완주한 ‘철인’ 홍 교수로선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건강할 땐 뭐든 할 수 있었지만 다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몸은 정말 조심히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아직 자전거는 타지 못한다. 고관절에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매일 수영을 1시간 하고, 8∼9km를 달리며 몸을 만들고 있다. 홍 교수는 5월 초 헝가리에서 열린 211km 울트라마라톤 단체전에 참가했다. 10명이 약 21km씩 나눠 달려 완주하고 돌아왔다.
“이젠 즐겁게 운동할 겁니다. 현재론 예전의 몸을 만드는 게 최고의 목표입니다. 몸이 완전히 돌아와도 철인3종은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즐기듯 달릴 것입니다.”
미국 유학 시절부터 테니스를 즐기던 홍 교수는 30대 후반을 지나며 체중도 늘고 성인병 초기 증상이 나타나자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던 터라 2000년 12월 31일 곧바로 풀코스에 도전해 제한 시간을 넘긴 5시간37분5초에 완주했다.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이듬해 3월 4시간11분대를, 그해 10월 3시간48분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만 45세인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14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02년 8월엔 철인3종 철인코스에 처음 도전해 13시간54초에 완주했다.
“제가 MTB(산악자전거)를 타는데, 일상적으로 자전거숍을 방문하다 자극을 받았죠. 비싼 사이클에 고가의 옷을 입은 철인3종을 하는 사람들이 좀 거들먹거리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해보자’ 하면서 시작했죠. 2001년 철인3종 하프코스를 달렸고 2002년 킹코스를 완주했습니다.”
“제가 운동에 빠져 있으니 연구는 언제 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운동과 연구는 별개입니다. 제가 1999년부터 성균관대 최우수 교수에 선정됐고, 철인3종 개인 최고 기록을 세울 때인 2016년에도 최우수 교수로 뽑혔습니다.”
홍 교수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져 집중력과 창의력이 생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2016년에만 학술논문과 저서 등 17편을 발표했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