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한 지도자 추대하는 당, 미래 없어 국가 존엄성과 국제질서까지 위협할 수도 선한 경쟁 통한 개혁 사명 거부해선 안 돼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
민주국가는 정당정치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이 출범하고 80년이 되지만 우리는 한 번도 정당다운 정당을 체험하지 못했다. 10여 명의 대통령이 집권했으나 누가 어느 정당이었는지 기억에 없다. 정권을 차지했던 정당이 스스로 퇴진하면서 정당명을 바꾸거나 종말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무엇을 뜻하는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당과 정권이 없었다는 증거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국민과 나라를 위한 정당이 못 되고 정권을 위한 정치로 출발하고 끝냈기 때문이다. 더 심하게 되면 정당을 위한 정치보다 개인의 독재정치를 유발했다. 정치는 이념과 현실이 공존하는 국민생존 현장에서 이루어진다. 신생 국가나 후진 사회와 같이 이념이 없는 국가정치는 지배자의 권력 차원을 넘어서지 못한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지 못해 정당정치 기능을 감당하지 못한다.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못하는 지도자나 정권은 국민의 성장과 창조력을 배제하기 때문에 실패한다. 중동지역의 종교정치가 그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유물사관을 절대 유일의 이념으로 삼기 때문에 정권 지상주의를 넘어서지 못한다. 현실은 주어진 이념에 예속시키면 정치와 경제의 성장과 창조력을 상실하게 된다.
개발도상국의 처지도 그랬다. 나라다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권력정치가 법치국가로 진화해야 한다. 그런데 법치가 민주정치와 정신적 가치를 구현하는 질서 국가로 변신하지 못하면 법을 권력으로 이용하는 권력 국가로 퇴락한다. 우리가 바로 그런 단계와 위상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후진 공산국가 홍위병의 폐습을 이른바 ‘문빠’나 ‘개딸’과 공존시키는 것이 같은 상황이다.
지도자의 무지가 사회악이 되고 도덕성을 상실한 대통령을 추대하는 정당은 국가의 존엄성과 미래를 책임지지 못한다. 그런 잘못을 범하는 정당정치는 세계질서까지 침범하게 된다. 우리가 공산정권을 거부하는 이유는 정당 권력을 국가 정부보다 우위에 두기 때문이다. 정당이 국민의 행복을 위한 입법보다 행정권과 사법권까지도 장악 좌우하는 것을 당연시한다. 공산정권은 공산당이 전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행정부와 사법부의 삼권분립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이 그런 상황에 도달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는가. 국제질서와 존립까지 위협한다. 혁명과 전쟁까지도 당연시하는 역사를 자초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 공존의 질서와 가능성을 무시하고 대만을 권력 통치하려는 공산 중국, 무력 통일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의 현상이 보여주는 그대로다.
지난 총선을 치른 우리는 정부, 여야의 협치를 원한다. 대내적 국제적으로 위기에 가까운 정치적 시련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협치는 불가능해졌다. 이재명 대표가 영수 회담을 제안하고 윤석열 대통령 앞에서 15분 원고를 읽었다는 것은 협치에 대한 거부였다. 그 후부터 지금까지 더불어민주당 강경파는 이재명을 위한 정권을 공언하고 나섰다. 국민을 위한 정치는 찾을 곳이 없고, 정권 탈환을 임기 내에 성취하겠다는 자세다. 행정권과 사법권까지 지배하려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보다 더 심각한 위기의식을 조직하는 세력도 있다. 조국당이 합세하는가 하면 대한민국은 원하지 않는 좌파까지도 배제하지 않는 실정이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있어서는 안 되는 폭언도 삼가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 있었던 촛불집회를 정권 탈환을 위한 촛불혁명으로 유도하자고 공언한다.
생각이 있는 국민은 우물 안 개구리 싸움 같은 인상을 받는다. 이재명 민주당이 성공한다면 민주당이 국민의 배신을 면치 못할 것이다. 실패한다면 민주당은 정당으로 존속할 수 없게 된다. 진실과 정의를 위배하는 정당은 대한민국이 허락하지 않는다. 민주당은 애국적인 협치를 통해 정책과 희망이 있는 제안으로 이끌어 갈 기회를 포기하고 무엇을 얻자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다. 선한 경쟁을 주도하며 세계 속의 한국과 민주 역사를 개발 육성할 수 있는 개혁과 사명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 민주당의 장래와 국가의 희망을 저버리는 잘못을 범하지 말아야 한다.
김형석 객원논설위원·연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