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실장’ 조직 총책은 평범한 외모의 서른한 살 청년이었다. 강 실장 박성훈(가명. 가운데)이 지난해 3월 서울 서초구에서 경찰에 검거될 당시 모습. 강원경찰청 제공
지난해 3월 검거된 불법사채 조직 총책 ‘강 실장’은 월세 1800만 원짜리 서울 초고급 아파트에 살면서 초고가 외제차를 7대나 몰았다. 피해자 1000여 명에게서 뽑은 피눈물로 호화 생활을 즐긴 것이다. 강 실장이 챙긴 범죄 수익은 약 300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1심 법원에서 명령한 추징금은 6억6000만 원에 그쳤다. 불법 사채업자 입장에선 ‘걸려도 남는 장사’다.
불법사채 범죄에 대한 한국의 처벌 수위는 낮다. 미등록 대부업의 형량은 5년 이하 징역 혹은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그친다. 그나마 실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2019∼2022년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 가운데 1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9.1%에 불과했다. 범죄 수익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하고 있다. 법정 상한인 연 20%를 초과한 이자만 추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범죄자에게 원금과 이자까지 나라에서 보장해 주는 셈이다.
대부업체 차리기는 구멍가게를 여는 것보다 쉽다. 통장에 잔액 1000만 원만 있으면 되고 이마저도 나중에 출금해도 상관없다. 돈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적은 돈으로 여러 대부업체를 만들 수 있다. 23만 원을 내고 18시간의 교육을 이수하고, 등록 수수료 등으로 30만 원 정도만 더 내면 등록증이 나온다. 불법사채 조직은 이런 등록증을 사들여 여러 대부업체를 자회사로 두고 피해자들을 노렸다.
불법사채 조직을 운영하다 3년간 복역하고 2020년 출소한 강 실장은 감옥에서 나온 지 석 달 만에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고 걸려도 손해가 적은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부가 아무리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단속을 강화해도 소용없다. 범죄의 싹을 틔우는 토양까지 갈아엎어 범행할 엄두를 못 내도록 해야 반인륜적 범죄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