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2024.06.26.
정부가 올해 11% 삭감된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내년에는 작년 수준으로 늘리기로 했다. 국가 R&D 예산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는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걸 계기로 크게 줄면서 대학과 과학·기술 생태계에 심각한 충격을 준 바 있다. 파문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올해 4·10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내년도 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할 것”이라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어제 확정한 내년도 ‘주요 R&D 예산’은 24조8000억 원이다. 작년보다 1000억 원 많고, 올해에 비해서는 2조9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올해 14.7%나 줄어든 대학연구비 등 일반 R&D 포함 ‘전체 R&D 예산’도 2023년의 31조1000억 원 수준으로 복구될 전망이라고 한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늘렸던 R&D 예산을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처음 줄인 부작용은 적지 않았다. 대학에 배당되는 연구비들이 20%가량 일괄 삭감되면서 많은 대학원생, 연구원들이 연구실을 떠나야 했고, 장기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연구가 멈춰 서는 일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R&D 예산을 둘러싼 지난 1년간의 파행은 백년대계인 국가 과학·기술 투자에 정치적, 자의적 판단이 개입돼선 안 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대학 및 과학·기술계도 소중한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예산을 허튼 곳에 쓰는 일이 없도록 자정 기능을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