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공모가 주당 21달러 상장 1분기 150개국 월 이용자 1.7억명 IP비즈니스-AI기술 강화 투자 계획 김준구 대표 900억원 상당 보상받아
‘K웹툰’으로 K콘텐츠의 위상을 높인 네이버웹툰이 미국 증시까지 진출했다. 기업 가치가 3조7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부모님 몰래 숨어서 보던 만화가 K웹툰으로 거듭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는 대형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웹툰은 27일(현지 시간) 공모가 주당 21달러로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종목 코드 ‘WBTN’이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18∼21달러) 가운데 가장 높은 21달러로 결정돼 청약에 흥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이버웹툰을 이끈 김준구 대표는 총 900억 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웹툰 산업에 대한 현지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상장은 네이버웹툰이 2005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약 20년 만에 이뤄낸 결과다. 네이버웹툰은 올해 1분기 기준 150여 국가에 진출해 월간 활성 이용자 1억6900만 명을 확보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말 기준 5500만 개의 콘텐츠를 보유했으며 창작자는 2400만 명에 이른다. 최근 10년간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마스크걸’ 등 100개 이상의 웹툰 IP가 영상 콘텐츠로 제작됐다.
K웹툰이 인기를 얻으며 웹툰엔터테인먼트 매출액은 지난해 12억8200만 달러(약 1조7700억 원)를 기록해 전년 대비(10억 달러) 약 20%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은 이번 IPO로 조달한 자금으로 지식재산(IP) 비즈니스를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만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려 ‘아시아의 디즈니’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IP 사업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 꼽힌다. 디즈니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해 실사 영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미디어 제국이 된 것을 벤치마킹할 방침이다. 네이버웹툰도 웹툰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고 IP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 성공 비결은 창작자 중심 생태계 구축
한국에서는 2006년 ‘도전 만화’ 코너를 마련해 창작자라면 누구라도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도록 했다. 이어 독자들의 인기를 얻은 작품을 모아 놓은 ‘베스트도전’으로 창작자 중심 웹툰 생태계를 구축했다.
글로벌 웹툰 서비스 ‘웹툰’에서는 현지 아마추어 창작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했다. 이를 통해 공짜로 보던 웹툰을 산업으로 변신시켜 창작자에게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8억 달러(약 3조8900억 원) 이상을 지급했다.
모바일에 적합한 형식의 변화도 한몫했다. 네이버 웹툰이 2004년 처음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단순히 만화책을 스캔해 인터넷에 올리는 형식이었다. 당시 세계 만화 시장은 미국과 일본이 양분하고 있었다. 한국 웹툰 업체들은 책장을 넘기는 기존 만화와 달리 인터넷의 스크롤에 적합하도록 내용과 형식을 바꿨다. 이 같은 방식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네이버웹툰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나스닥 상장까지 이끈 일등공신은 김준구 대표다. 김 대표는 총 900억 원 상당의 금전적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 대표는 웹툰엔터테인먼트 주식 346만1670주를 주당 11.04달러에 살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상장 시 김 대표는 회사 보통주 1만4815주에 대한 양도제한 조건부주식(RSU)과 현금 보너스 3000만 달러(약 420억 원)를 받게 된다. RSU를 제외해도 900억 원 상당의 가치가 된다.
네이버웹툰 담당 실무자로 시작한 김 대표는 조석과 기안84, 김규삼 등 다수의 인기 작가를 발굴하고 서비스를 안착시킨 인물로 꼽힌다. 웹툰으로 발생한 수익을 작가와 나누는 ‘파트너스 프로핏 셰어(PPS)’를 도입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남혜정 기자 namduck2@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