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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전 국가대표 이해인(19·고려대)이 해외 전지훈련 기간 술을 마시고 미성년자인 이성 후배 선수를 성추행해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가운데 피해 선수와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이해인은 후배 선수와 교제했으며 연인 사이에서 할 수 있는 애정 표현이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해 선수 A는 교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징계의 원인이 된 행위가 벌어졌을 당시 무척 당황했다는 입장이다.
이해인은 또 다른 여자 싱글 선수 B와 함께 지난 5월 15~28일 이탈리아 바레세에서 진행된 피겨 국가대표 전지훈련 기간 중 숙소에서 음주한 사실이 발각돼 대한빙상경기연맹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됐다.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빙상연맹은 지난 20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이해인이 음주 외에 A를 성추행했다며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이해인과 함께 술을 마신 또 다른 여자 싱글 선수 B에게는 이해인의 동의 없이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사진을 찍은 뒤 A에게 보여줬다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부과했다.
미성년자인 A는 이성 선수 숙소를 방문한 것이 강화훈련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해 견책 조치했다.
빙상연맹의 중징계 결정이 나오고 일주일 뒤 이해인은 당사자가 자신임을 공개하며 대처에 나섰다.
이해인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술을 마신 것에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그러나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A는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사귀었던 남자친구였다. 부모님의 반대로 헤어졌다가 이번 전지훈련에서 A와 다시 사귀게 됐으나 부모님께 그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 비밀로 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또 “연인 사이에 할 수 있는 장난이나 애정표현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오해까지 받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강조했다.
이후 A 측도 입장을 내놨다.
A의 법률대리인 손원우 변호사는 같은 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이해인과 A는 2023년 7월부터 10월초까지 교제하다가 이해인의 이별 통보로 헤어졌다. 두 선수는 2024년 5월 피겨 국가대표의 이탈리아 전지훈련이 시작되고 2~3일 후 다시 만났다”며 문제의 행위가 일어날 당시 교제 중이었던 점을 시인했다.
다만 손 변호사는 “전지훈련 기간 중 A가 이해인의 방을 방문했고, 이해인이 성추행 혐의를 받게 된 행위가 이뤄졌다. A는 많이 당황하고 놀라 곧바로 방에서 나왔다”고 했다.
A는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뒤 이해인과 만남을 이어가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해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리고 이별을 통보했다.
손 변호사는 “이후 이해인이 ‘비밀 연애를 하자’고 제안했고, A가 받아들였다. 비밀 연애를 하며 한 번씩 해외 전지훈련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고, 이 사건에 관한 사후 증거 수집 등 대처를 위해 당시 상황에 대해 질의했다”며 “이런 사실을 깨달은 A는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훈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해인의 중징계 빌미가 된 성추행을 두고 양 측의 의견이 다소 엇갈리면서 사태가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B도 “전지훈련 기간 중 음주한 것에 대해 반성하지만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사진을 찍어 다른 사람에게 보여준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또 “이해인의 사진을 찍은 것은 맞지만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니다. 성적 불쾌감을 줄 만한 상황도 아니었고, A에게 보여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일과 관련해 빙상연맹은 이해인과 다른 여자 선수 B를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했다. 반면 이해인과 B는 상위기구인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한 상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