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사건을 모방해 2차 낙서를 했던 20대 남성 설 모 씨. 2023.12.28/뉴스1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최경서)는 28일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설 모 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구속 상태였던 설 씨는 풀려나게 됐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3년간의 보호관찰과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범행 당시 쓰였던 적색·청색·흑색 스프레이는 몰수했다.
다만 범행 당시 설 씨의 정신 건강이 온전치 않았던 점을 언급하며 사회에서 격리하기보다는 보호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설 씨는 수년 전 양극성 정동 장애 진단을 받고 지속해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범행 한 달 전에도 약 처방을 받았다”며 “그러나 범행 당시 설 씨는 상당 기간 정신과 약을 먹지 않아 정신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적인 심신미약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설 씨의 정신 상태가 이 사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인다”며 “범행 이후 다시 약을 먹으면서 자신의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설 씨의 보호자가 담벼락 복구 비용을 변상했다는 점도 양형에 반영했다. 재판부는 “언론에서 수억 원의 복구 비용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지만 대부분 선행범죄 복구 비용이고 설 씨의 범행은 일부로 1900만 원”이라며 “이미 보호자가 복구 비용을 모두 변상했다”고 말했다.
설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경복궁 낙서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 만에 경복궁 영추문 왼쪽 담벼락에 붉은색 스프레이로 특정 가수 이름과 앨범 제목 등을 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설 씨가 1차 낙서 테러를 언론으로 접한 뒤 관심을 받기 위해 같은 장소에서 동일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1차 낙서 테러 혐의를 받는 임 모 군(17)과 김 모 양(16)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에게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온라인 사이트 이름 등을 낙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일명 ‘이팀장’ 강 모 씨(30)는 구속 상태로, 강 씨의 사이트를 운영하는 등 범행을 도운 조 모 씨(19)는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