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문기자-김정남 측근 등 취재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면모 담아 ◇내 친구 김정은/김금숙 지음/292쪽·2만5000원·이숲
만화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미국 하비상을 수상한 그래픽노블 작가가 이번엔 ‘인간 김정은’을 소재로 삼았다. 프랑스인 남편과 인천 강화도에 살고 있는 작가의 일상에서 책은 시작한다. 전쟁 상황에 놓여 있음에도 오랜 시간 분단이 이어졌기에 무감각한 한국인들과 달리 오랫동안 해외 생활을 했던 작가는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느낀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에 관련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 나눈 대화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북한 전문기자부터 연구원은 물론 김정은의 배다른 형인 김정남의 프랑스 친구,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작가는 만난다. 그 과정에서 듣게 된 김정은의 어린 시절부터 유학 시절, 김정일의 사망과 숙청까지 인터뷰의 형태로 전한다.
책의 제목이 ‘내 친구 김정은’인 것은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시절 친구 JM이라는 인물이 그를 그렇게 부른 것에서 따왔다. 김정은이 스위스에서는 때로 경호원 없이 김여정과 함께 학교를 다니기도 했으며, 농구를 좋아했다는 전언. 영화광이었던 김정일이 주인공을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인물로 쓰는 ‘영화감독’ 같은 스타일이라면, 김정은은 그때그때 맞는 선수를 교체하며 활용하는 농구 감독 같은 스타일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하려고 친인척을 숙청하고 이복형을 암살하는 과정도 그렸다. 또 북한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감시와 처벌이 일상화되어 있는지도 북한에 직접 살았던 사람들의 경험으로 전한다. 막바지에는 6·25전쟁 난민인 ‘페피노’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전쟁이 얼마나 큰 비극을 낳을 수 있는지 제시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풀’, 이산가족을 그린 ‘기다림’에 이어 분단 문제와 평화를 다루고자 한 것이 작가의 의도이기 때문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