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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미국 기자가 파헤친 6·25의 세계사

입력 | 2024-06-29 01:40:00

◇콜디스트 윈터/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정윤미 등 옮김/1080쪽·5만 원·살림출판사





20일 별세한 할리우드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는 1970년 영화 ‘매시’로 스타가 됐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당시 미국 내 반전 열풍을 타고 흥행했다. 미국 역사에서 소외된 전쟁으로 꼽히는 6·25전쟁은 그제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1953년 휴전 협정을 맺은 지 17년 만이다.

신간은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도 세상에서 오래도록 잊혔던 ‘가장 추운 겨울’, 6·25전쟁의 비화를 파헤친다.

미국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약 10년에 걸쳐 참전 용사들과 100여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일하던 1964년 베트남전의 진실을 밝히는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미국 외교정책의 이면을 알리는 데 힘썼다. 그의 유작인 이 책은 2009년 초판이 발간됐으며, 군사용어와 오역을 고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밀도 높은 상황 묘사와 생생한 인용구는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남침 직후 참전을 결정하는 순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한국에서 막 돌아온 맥아더 장군은 합참에 ‘지상군의 지원 없이는 결정적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보고했다. 전쟁과 평화를 판가름해야 하는 순간. 면도를 하다가 전화를 받은 트루먼은 새벽 5시에 미 지상군의 투입을 승인했다.

저자는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낮은 한반도를 놓고 자본주의, 공산주의 양대 진영이 큰 희생을 치른 이유를 분석한다. 예컨대 마오쩌둥에게 참전은 서방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을 참패시키고 내부 입지를 굳힐 기회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6·25전쟁은 남북한 사이에 벌어진 내전뿐만 아니라 미국, 소련, 중국, 일본 간의 지정학적 긴장관계와 냉전질서가 맞물리며 빚어진 국제전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전쟁을 다시 되짚어보는 것은 지금 필요한 일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