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디스트 윈터/데이비드 핼버스탬 지음·정윤미 등 옮김/1080쪽·5만 원·살림출판사
20일 별세한 할리우드 배우 도널드 서덜랜드는 1970년 영화 ‘매시’로 스타가 됐다. 6·25전쟁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당시 미국 내 반전 열풍을 타고 흥행했다. 미국 역사에서 소외된 전쟁으로 꼽히는 6·25전쟁은 그제야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1953년 휴전 협정을 맺은 지 17년 만이다.
신간은 막대한 사상자를 내고도 세상에서 오래도록 잊혔던 ‘가장 추운 겨울’, 6·25전쟁의 비화를 파헤친다.
미국 언론인이자 역사가인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약 10년에 걸쳐 참전 용사들과 100여 건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기자로 일하던 1964년 베트남전의 진실을 밝히는 보도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는 등 미국 외교정책의 이면을 알리는 데 힘썼다. 그의 유작인 이 책은 2009년 초판이 발간됐으며, 군사용어와 오역을 고친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저자는 지정학적, 전략적 가치가 낮은 한반도를 놓고 자본주의, 공산주의 양대 진영이 큰 희생을 치른 이유를 분석한다. 예컨대 마오쩌둥에게 참전은 서방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국을 참패시키고 내부 입지를 굳힐 기회였다는 것. 이 과정에서 6·25전쟁은 남북한 사이에 벌어진 내전뿐만 아니라 미국, 소련, 중국, 일본 간의 지정학적 긴장관계와 냉전질서가 맞물리며 빚어진 국제전이라는 점을 조목조목 짚어낸다.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70여 년 전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전쟁을 다시 되짚어보는 것은 지금 필요한 일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