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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세에 철인3종 개인 최고기록… “인공관절도 제 질주를 막을 수 없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입력 | 2024-06-29 12:00:00


6월 7일 학생 및 지인들을 초청해 정년퇴임 고별 강연을 한 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명예교수(65)는 그 즈음 집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에서 강남구 개포동으로 옮겼다. 운동을 자유롭게 하겠다는 이유 때문이다. 아파트 바로 옆에 대모산과 구룡산이 있어 쉽게 갈 수 있다. 아파트내에는 피트니스센터와 수영장까지 갖춰져 있다. 마음만 먹으면 등산부터 달리기, 수영, 헬스를 언제든 즐길 수 있다.

홍종선 성균관대 통계학과 명예교수가 서울 강남구 집 근처 대모산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그는 2021년 사이클을 타다 고관절이 골절돼 인공관절 이식수술을 받았지만 힘겨운 재활 끝에 지난해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홍 교수는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마니아였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1년 사이클을 타다 넘어져 오른쪽 고관절이 골절돼 고생이 많았다. 의사가 고관절 바로 밑이 골절돼 깁스를 할 경우 뼈가 괴사될 수 있다고 해 고관절까지 인공관절 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힘든 재활 과정을 통해 지난해부터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때 사이클을 많이 탔죠. 코로나19 시절 비대면 스포츠로 사이클이 최고였죠. 어느 날 사이클을 타다 앞바퀴에 펑크가 났고 넘어지면서 다리가 비틀어지면서 고관절이 골절됐어요. 그런데 정형외과에선 수술하면 그것으로 끝이고 결국 재활은 제 몫이었죠. 국내에 제대로 재활 시켜주는 곳이 없었어요.”

30년 넘게 스포츠를 즐기던 터라 운동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재활은 달랐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다. 좋다는 곳을 찾았는데 그저 스트레칭 체조 등 간단한 운동을 시켜주는 게 전부였다. 체계적으로 재활을 시켜주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재활에 집중했다. 그런데 욕심이 문제였다.

홍종선 교수가 체조를 하고 있다. 그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선 워밍업(준비운동)과 쿨링다운(정리운동)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몸이 좀 좋아지면 강하게 운동했는데 무리했는지 오히려 더 아파 고생했죠. 그래서 아프면 2~3주 쉬고, 다시 운동하고를 반복했어요. 저 혼자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움직이지 말라고 하죠. 혹시 탈이 날까 봐. 그런데 어떻게 안 움직이고 사나요. 그렇게 2년 하면서 저 만의 노하우를 가지게 됐고, 몸이 좋아졌죠. 지난해부터 10km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0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지금까지 42.195km 풀코스를 100회 이상 뛰었고, 100km 울트라마라톤, 250km 사막마라톤 완주는 물론 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만 14회 완주한 ‘철인’ 홍 교수로선 그야말로 인고의 세월이었다. 건강할 땐 뭐든 할 수 있었지만 다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몸은 정말 조심히 잘 써야 한다는 것을 체득했다. 꾸준한 운동도 중요하다. 아직 자전거는 타지 못한다. 고관절에 통증이 오기 때문이다. 매일 수영을 1시간 하고, 8~9km를 달리며 몸을 만들고 있다. 홍 교수는 5월초 헝가리에서 열린 211km 울트라마라톤 단체전에 참가했다. 10명이 약 21km씩 나눠 달려 완주하고 돌아왔다.

홍종선 교수가 2016년 제주국제 철인3종경기대회에 출전해 완주하고 있다. 그는 만 57세의 나이로 12시간 3분 46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홍종선 교수 제공.

“이젠 즐겁게 운동할 겁니다. 그래서 예전의 몸을 만드는 게 최고의 목표입니다. 몸이 완전히 돌아와도 철인3종은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를 즐기듯 달릴 것입니다.”

홍 교수는 30대 후반을 지나며 체중도 늘고 성인병 초기 증상이 나타나자 달리기 시작했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했던 터라 2000년 12월 31일 곧바로 풀코스에 도전해 제한시간을 넘긴 5시간37분5초에 완주했다. 그의 집념은 대단했다. 이듬해 3월 4시간11분대를, 그해 10월 3시간48분대를 기록했다. 그리고 만 45세인 2004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75회 동아마라톤에서 3시간14분14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2007년엔 마스터스 ‘꿈의 무대’인 보스턴마라톤에도 다녀왔다. 보스턴마라톤은 나이대별 기록이 있어야 참가가 가능한데 그해 3시간30분 이내 기록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2002년 8월엔 철인3종 철인코스에 처음 도전해 13시간54초에 완주했다.

홍종선 교수가 사이클을 타고 있다. 홍종선 교수 제공.

“제가 MTB(산악자전거)를 타는데 일상적으로 자전거샵을 방문하다 자극을 받았죠. 비싼 사이클에 고가의 옷을 입은 철인3종하는 사람들이 거들먹거리는 겁니다. 그래서 ‘나도 해보자’하면서 시작했죠. 2001년 철인3종 하프코스를 달렸고 2002년 킹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달리기와 자전거는 계속 즐기고 있었지만 수영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쉽지 않았다. 철인3종에 매달릴 땐 오전 오후 2시간씩 하루 4시간씩 운동했다. 2016년 철인3종 킹코스에서 12시간3분46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다. 만 57세였다.

“제가 운동에 빠져 있으니 연구는 언제하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운동과 연구는 별개입니다. 제가 1999년부터 성균관대 최우수 교수에 선정됐고, 철인3종 개인 최고기록을 세울 때인 2016년에도 최우수 교수로 선정됐습니다.”

홍종선 교수가 250 km를 달리는 모로코 사하라사막마라톤에 출전했을 때 모습. 홍종선 교수 제공.

홍 교수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맑아져 집중력과 창의력이 생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홍 교수의 말처럼 운동은 집중력을 키워준다. 최근 과학적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운동을 하며 몸을 단련시킬 때 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운동을 하면 뇌신경전달 물질인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가 생성되고 활성화된다. 이런 결과는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이어졌지만 존 레이티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2007년 무렵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을 쓰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 이 책은 운동하면 뇌가 활성화된다는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다.

홍종선 교수가 서울 강남구 집 근처 대모산을 즐겁게 달리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이후 더 많은 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레이티 박사는 “운동하면 머리가 활성화된다. 바로 BDNF가 생성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결과물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과거 BDNF는 그저 신경성장 인자로만 인식됐을 뿐이었다. 이 책에서 운동과 BDNF의 상관관계를 제대로 분석한 것이다. 이 책에선 운동을 하면 BNDN가 활성화돼 공부도 잘하게 되고, 집중도 잘 된다고 했다. 치매도 예방된다고 했다.

홍 교수가 운동에 매진하면서도 더 많은 연구를 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홍 교수는 철인3종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던 2016년에만 학술논문과 저서 등 17편을 발표했다. 그는 ‘달리며 연구하는 교수’로 명성이 높았다. 그에게 스포츠는 연구의 원동력이다. 그는 성균관대에서 1986년부터 올 6월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최우수 교수로 총 14번 뽑혔고, 저서와 학술논문 등을 369편 발표했다.

학창시절 체육시간에 낙제를 밥 먹듯 하던 ‘운동치(痴)’였던 홍 교수가 스포츠에 빠져든 것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유학시절. ‘공부=체력’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테니스와 골프, 등산을 시작했다. 교수로 재직하면서는 테니스를 즐겼고, 운명처럼 마라톤과 철인3종을 만난 것이다. 홍 교수는 새벽에 사이클 타고 인천 아라뱃길까지 왕복 80km를 다녀 온 뒤 출근했다. 달리기, 수영도 아침 저녁 번갈아 했다. 그 외 시간은 연구에 매진했다.

홍종선 교수가 225km를 달리는 몽골 울트라마라톤에 출전해 완주하고 있는 모습. 홍종선 교수 제공.

홍 교수의 도전은 끝이 없었다. 2003년엔 1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해 9시간46분54초에 완주했다. 2013년엔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사하라 사막마라톤를 완주했다.

홍 교수는 하루에 운동하는 시간과 수면시간(4∼5시간)을 빼고는 연구에만 몰두했다. 스포츠활동은 연구와 학생지도를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 그는 운동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도 인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공부는 장기전으로 마라톤과 똑같다”며 학생들과 함께 달리기를 했다. 그의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은 마라톤을 꼭 해야 했다. 여학생은 10km, 남학생은 하프코스를 뛰어야 한다. 또 석사는 하프, 박사는 풀코스를 완주해야만 ‘제자’로 인정해줬다. 마라톤을 해야 지구력과 집중력이 생겨 더욱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홍 교수는 이젠 한계에 대한 도전을 멈추고 즐겁게 살겠다고 했다. 사실 그동안 마라톤과 울트라마라톤, 사막 마라톤, 철인3종은 자신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다. 이젠 몸이 중요하다. 다치면 끝이다. 그는 “인간은 움직이지 못하는 순간 인생의 의미가 없어진다. 몸이 가장 중요하다. 이젠 대부분의 사람들이 100세까지는 사는 시대가 됐다. 하체가 중요하다. 많이 걷고 달려야 한다. 그리고 운동전 준비운동, 운동후 정리운동을 꼭 해줘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2021년 1월 23일 동아닷컴에 쓴 재활 전문가가 말하는 ‘재활’에 대한 얘기다. 자세한 얘기는 동아닷컴 기사(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523/101181610/1) 참고.

부상방지 및 재활트레이닝 전문가 박태순 벧쎌 재활&트레이닝센터 대표(50)는 “다친 뒤 수술 받자 마자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순 대표. 동아일보 DB.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가속화 재활(Accelerated Rehabilitation)이라는 것을 실시하고 있다. 수술과 동시에 재활을 시작하는 것이다. 1990년에 일부 학자에 의해 제안된 것인데 무릎 수술 후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과 상처가 아물고 통증이 없을 때까지 기다리고 재활에 들어간 그룹을 비교했더니 바로 재활을 시작한 그룹의 회복률이 훨씬 빨랐다.”

박 대표는 “의사들은 수술한 뒤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 바로 재활을 시작해야 빨리 회복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근육은 2주 사용하지 않으면 50%가 사라진다. 4주가 지나면 25%만 남는다. 이런 연구는 아주 오래전부터 돼 왔다. 문제는 사람들의 인식.

“보통 의사들은 아프면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데 근육은 움직여도 된다. 발목에 깁스를 했다고 치자. 그럼 아픈 부위는 이상이 없다. 다른 근육에 힘을 줬다 빼는 등척성운동(근육은 수축하지만 근육의 길이나 움직임에는 변화가 없는 운동)이라도 해야 근육이 빠지지 않는다. 병상에서도 어떡하든 몸을 움직여줘야 다시 제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한다.”

박 대표는 “재활을 언제 시작하느냐에 따라 복귀 시기가 달라진다. 빠르면 빠를수록 복귀는 빠르다. 무용수, 프로 운동선수들의 경우는 빠른 복귀가 곧 돈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빠른 복귀가 곧 건강이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수술은 의사에게, 재활은 재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사들은 의학을 공부했지 운동재활을 공부하지는 않았다. 의사는 의학적인 부분, 재활전문가는 재활에 집중하면 된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의사를 더 신뢰한다. 의사 말만 믿다 몸이 망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재활은 삶의 질에 대한 문제다. 수술한 뒤 1개월 깁스하고 재활에 들어가면 최소 6개월 이상 재활에 매달려야 한다. 바로 재활에 들어가면 2~4개월이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아파도 두려워하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필드로 나가는 시기를 당길 수 있다.”

박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각종 스포츠와 운동을 즐기지만 꼭 해야 할 기본을 잘 지키지 않아 다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본이 문제다. 운동하기 전 준비운동(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끝난 뒤 정리운동(쿨링다운)을 잘 하면 부상을 막을 수 있다. 특히 본운동(축구, 농구, 야구, 마라톤 등)을 하기 전에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75%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최대로 달릴 수 있는 75%로 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예비운동(Formal Activity)이라고 한다. 몸이 본운동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다. 한마디로 본운동에서 하는 동작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야구선수들의 경우 가벼운 캐치볼과 수비연습, 배팅 등을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가볍게 해주는 것이다. 축구를 하기 전에는 가볍게 패스를 하고 슈팅을 날리는 과정이다. 마라톤을 하기 전에는 가볍게 조깅을 하면 된다.

글로벌스포츠브랜드 언더아머 러닝팀의 재활트레이너로도 활약한 그는 “스트레칭만 하고 훈련할 때보다 워밍업을 충분히 하고 예비운동까지 했을 때 낙오자들이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체조도 하지 않고 바로 달린다. 운동의 개념을 바꿔야 한다. 스트레칭과 체조 충분히 하고 조깅으로 몸을 충분히 덥힌 뒤 본격적으로 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리운동은 최대심박수의 40~50%로 하면 된다. 본운동이 끝난 뒤 30분 정도 가볍게 뛰어주면 된다. 피로물질 젖산이 간에서 에너지원으로 재합성이 빠르게 해 줘 몸의 회복을 빠르게 한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칭 등 체조를 해주면 된다”고 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